실리콘밸리의 소소한 일상/파이어족의 경제적 자유 달성

부유한 미국 월급쟁이의 은퇴 고민

Happy Guy in SV 2021. 5. 27. 04:40

오늘 Market Watch에 재미있는, 그러나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은퇴 고민이 올라와서 같이 공유하고자 합니다. 일반인이 상담 내용을 보내고, 재정 전문가가 답변을 하는 코너인 것 같습니다. 이런 식의 고민 상담은 네이버를 봐도 가끔 나오지요. 처음에 저도 제목 만을 보고 그냥 그저 그런 은퇴 고민과 상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이 블로그를 보시는 많은 분들이 한국에 계시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이 부유한 미국의 월급쟁이가 하는 은퇴 고민이 정말로 다른 나라 얘기로 와 닿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하여 미국에 거주하시는 분들, 특히 물가가 비싼 대도시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한번쯤 생각해볼 얘기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계시는 분들도 미국의 부유한 월급쟁이들이 어떠한 은퇴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들도 고민을 한다는 것을 아는 것도 좋겠지요). 

 

https://www.marketwatch.com/story/im-49-my-wife-is-34-we-have-4-kids-and-2-3-million-saved-i-earn-300k-a-year-but-lose-a-lot-of-sleep-worrying-about-tomorrow-when-can-i-retire-11621991357?siteid=yhoof2

 

내용을 대충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혼 경험이 있고 현재 재혼 중인 49세의 남자입니다. 그리고 월급은 $300K으로 한국 돈으로 하면 대략 연봉 3억 3천 정도가 되겠네요. 미국에서도 상당히 고연봉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와이프는 34살로 무려 15살 차이가 납니다. 아이가 넷 이 있는데, 둘은 전처 사이에서 낳은 11살의 쌍둥이 딸이 있고, 현재의 부인과 같은 2살 이하의 두 명이 아이가 더 있습니다 (최근에 재혼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걸 알 수 있네요). 아이가 네 명이나 됩니다. 그리고 은퇴 자금으로 IRA와 401K에 무려 $1.7M, 한국 돈으로 거의 20억 원이 있습니다. PLUS!, 현금이 추가로 $500K가 있답니다 (약 5억 5 천만 원). 그리고 아이들의 학자금으로 529 플랜에 큰 아이 둘은 이미 학자금을 다 마련했고, 2살 이하의 신생아 둘도 현재 529 플랜에 적립 중에 있답니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옵니다). PLUS!! 총 8 채의 임대 주택이 있어서 여기서 나오는 (모든 비용을 제외한) 순 수입이 한 달에 $6,000 정도 (660만 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더 군다가 살고 있는 실거주의 모기지 이외에는 전혀 빚도 없다고 합니다!!! 이 가족의 한달 생활비는 대략 $10K-$12K 정도가 되니까 한 달에 $4000-$6000만 추가로 마련을 하면 경제적 자유에 도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어마 어마한 자산을 축적한 분이 도대체 무슨 고민이 있어서 사연을 보내고 상담을 한 걸까요? 읽어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갑니다. 

이 분은 최근에 코로나 사태로 실직을 하고 약 7개월 정도 직장을 잡기 위해서 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사실 이 부분도 현실적입니다. 연봉이 $300K 정도이면, 미국에서도 상당히 고 연봉이고 임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나이가 49인 것을 고려할 때요).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도 고연봉의 임원은 회사가 어려워지면 해고 1순위입니다. 그리고 일단 해고가 되면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것도 상당히 어렵습니다. 피라미드 구조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낮은 직급일수록 많은 회사에 자리가 있지만, 위로 갈수록 맞는 자리를 찾는 게 점점 힘들어 지지요. 

이 분도 어떻게해서 새로 자리를 잡았지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을 하고 있는 겁니다. 특히 앞으로 대략 10년 뒤에는 은퇴를 하고 싶어하는데, 그때까지 자기가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거지요.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합니다. 이분이 제일 걱정하는 것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와이프에 대한 부분입니다. 본인이 은퇴를 하고 나서 지금까지 모아둔 돈으로 자기가 죽은 뒤에도 (와이프는 20년 정도 더 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와이프와 아이들이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미국 재정 상담가의 조언

이 글은 재정 상담을 위한 글이기 때문에 당연히 전문가의 답변이 같이 실려 있습니다. 이 중에 많은 부분이 일반적인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도움이 안되는 부분이지요). 지루하고 재미없는 부분이 대부분이지만 한 가지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의료 보험 문제입니다. 이 가족은 (중산층 기준으로는) 엄청난 양의 자산을 이미 확보를 했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뒤에 은퇴를 하고 나서도 크게 문제가 없다는 데는 전문가도 동의를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가 걱정하는 부분은 58 세이 은퇴를 하고 나면  Medicare라고 부르는 정부의 의료 보험에 커버되기까지 (65세부터 커버가 됩니다) 7-8년을 보험 없이 버텨야 합니다. 보험 없이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보험을 사야 합니다. 그런데, 6인 가족이 개인 비용으로 보험을 사면 (Coverage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한 달에 수 천불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분들이 잘 이해 못하시는 것이 바로 엄청나게 좋은 한국의 의료 보험 제도 입니다). 이미 상당한 자산을 모아두었지만 은퇴 이후에 한 달에 수천 불 이상을 보험으로 내게 되면 당연히 큰 부담이 되겠지요. 전문가의 조언은 은퇴를 하고 난 뒤에도 파트타임 등으로 의료 보험이 커버되는 직업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도움이 되는 조언입니다. 실제로 주변에 봐도 월급은 많지 않지만 아이들이 많은 집은 의료 보험 때문에 직장을 다닌다고 하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박봉이지만 benefit이라고 부르는 (실제적으로는 의료보험의 비중이 가장 큽니다) 혜택 때문에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겄지요.

최근에 뉴스에서 미국에서 실업자 수당이 커서 사람들이 직업을 갖지 않는다라는 보도가 있습니다. 일정 부분은 맞지만, 아무리 기초 급여를 주어도 의료 보험이 되지 않으면 가족이 있는 집에서는 현금만으로 생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최소한 부부 중 한 명이라도 제대로된 직업을 갖고 거기서 의료 보험 혜택을 받아야 되는 것이지요. 

 

개인적인 의견

일단, 주인공의 사연을 듣고 반성을 했습니다. 부유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평범한 월급 쟁이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꽤 괜찮은 재정 관리를 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 사연의 주인공에 비하여 아직 멀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자산을 가진 사람도 앞 일에 대한 고민을 하고 걱정을 하는데, 나는 좀 더 은퇴나 그 이후의 준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야 되겠다는 거지요. 개인적으로 지난 10년 이상 Financial 관련 공부를 하고 계속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 가정의 경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실상 미국 중산층 계층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다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은퇴 준비로는 상위 1%에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가장 큰 장점. 제 생각에 가장 큰 장점은 20억에 달하는 은퇴 계좌나 5억이 넘는 현금보다는 8채의 임대 주택에서 나오는 한 달 6천불의 수입입니다. 이 분은 은퇴를 콜로라도에서 하려고 합니다. Technology관련해서 일을 한다고 했으나 지금 현재 어디서 사는지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있는 실리콘 밸리 지역에서 현재 살 가능성도 높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8채의 임대 주택은 사실 어마 어마 한 자산입니다. 이 분이 본인의 주택이나 임대 주택의 가치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분의 은퇴 준비에 있어서 가장 큰 장점은 8채의 임대주택이 앞으로 가져올 시세 차익 (Capital Gain)과 한 달에 6천 불이 가져올 안정된 수입니다. 이 분과 이 분의 와이프는 65세 이후에는 Social Security 연금을 받게 됩니다. 정확한 액수는 알기 어렵지만 주인공의 경우에는 대략 한 달에 3-5천 불 사이의 social security연금을 받게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 한 달에 6천 불의 임대 수익과 주인공의 대략 4천 불, 와이프분의 대략 2천 불 (이라고 가정해 봅니다)을 합쳐서 이미 현재의 소비 정도인 $12K를 달성하게 됩니다. 즉,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소비를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게 되는 거지요. 그리고 아마도 10년 뒤에는 현재 6천 불인 임대 소득이 아마도 만 불 이상이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따라서 이 분은 임대 주택 8채에서 나오는 소득만으로도 은퇴 준비를 끝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많이들 얘기하는 인플레이션 헤지도 이미 끝난 상태입니다. 제 계산으로는 굳이 이미 은퇴 계좌에 있는 20억 원의 주식은 굳이 건드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냥 비상금으로 유지만 하고 있어도 대부분이 주식 계좌에 들어있게 때문에, 복리의 마법으로 시간이 가면 갈 수록 그 액수를 더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생활은 위에서 언급한 임대수익과 social security연금으로 커버하고, 나머지 재산은 계속 자동으로 증식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지요! 이 얼마나 완벽한 은퇴 계획인가요?!

미국에서 한 달에 현금 이 천불 (약 220만원)을 동원할 수 없는 가정이 몇십 % 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각 가정이 정말로 가난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카드와 빚 (loan)에 의존하는 생활을 하기 때문이죠. 이번 달은 카드 빚으로 살고 이번 달 월급으로 (일부나마) 그 카드를 다음 달에 갚는 겁니다. 즉, 미래의 소득을 저당 잡히고 현재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것이지요. 사실 이런 가정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사의 주인공은 정말로 상위 1%에 해당하는 은퇴 준비자가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이 가정에도 걱정이 있습니다. 아마도 주인공이 사연을 보낸 밑바탕에도 이런 걱정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주인공은 나이가 48인데 (한국 나이로 50), 이제 두 살 이하의 자녀가 둘이나 있습니다. 즉, 10년 뒤에 은퇴를 해도 아이들이 이제 겨우 12살입니다. 이미 학자금 계좌에 저축을 하고 있지만, 12살 아이를 둘이나 둔 가장이 은퇴를 생각하면 항상 걱정을 하게 되겠지요. 아이를 키우다보면 돈도 많이 들도 각종 변수가 많이 생기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이 가정의 가장 큰 문제이나 유일한 변수가 바로 어린아이 둘이 아닐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재정 상황이 탄탄하니까 (사실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엄청난 은퇴 주식 계좌, 많은 현금 보유, 임대 주택 8채, 높은 연봉 등) 이런 변수도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 어떻습니까? 이 글을 읽으시니까 몸에 힘이 더 빠지시나요? 혹은 전혀 다른 나라의 얘기 같은가요? 저는 여기 주인공의 기사를 보면서 충분히 공감을 합니다. 그리고 그 분의 걱정이 이 분을 정말로 열심히 살게 만들지 않았을까 합니다. 모르기는 몰라도 주인공은 참 검소하게 살았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산 댓가로 엄청난 양의 은퇴 준비를 그 누구보다 잘하신 것 같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은퇴 관련 고민 글이나 상담에 비하면, 이 번 글은 상당히 상위 계층의 고민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런저런 고민을 들어보고,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면서 때로는 자극도 받고 때로는 안도도 하면서 차근차근 은퇴를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서 이 글을 소개했습니다. 앞으로도, 소개할 만한 글이나 정보를 계속 올릴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