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소소한 일상/북 리뷰

<<매일 아침 써봤니?>> (김민식, 위즈덤하우스)

Happy Guy in SV 2020. 3. 25. 22:09

지금은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했지만 원래 직장과 집까지의 거리가 꽤 됐다. Highway to Highway로 안 막혀도 35-40분 정도가 걸렸고, 막히면 1시간 이상은 기본이었다. 그러다 보니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유용하게 보낼까 하다가 팟 캐스트를 듣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팟 캐스트를 듣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이게 재밌는 거다. 처음에는 미국 팟캐스트를 듣다가 내가 원하는 분야의 내용을 찾기 힘들어 한국 팟캐스트를 찾았는데 주로 두 개를 들었다. 하나는 [다독다독]이라는 책 리뷰 방송과 [월급쟁이 부자들]이라는 부동산 투자 관련 방송이었다. 저자인 김민식 피디님을 알게 된 것은 다독다독에서 그분의 방송을 듣고 나서부터이다.

저자는 MBC 방송국 피디이다. 드라마 피디인데 예상대로 유머 감각도 뛰어나고 말발이 장난이 아니었다. , 치열한 방송국에서 피디로 살아가려면 이 정도기’는 가지고 있어야지 생각을 했는데 뭔가가 다른 점이 있다. 일단 이력이 독특하다.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 세일즈를 조금 하다가 적성이 안 맞아서 외대 통역 대학원을 들어갔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외대 통역 대학원은 굉장히 들어가기 힘든 곳이었다. 나중에 영어 공부와 관련된 책도 내셨지만, 알고 보니 영어를 책 한 권을 통째로 외우는 방식으로 어려서부터 공부를 하셨단다. 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의 강요로 시작된 책 한 권 통째로 외우기가 이분의 모토가 되었고 지금도 그 방법으로 외국어를 배우고 계신단다.

아무튼, 드라마 몇 편도 히트를 치고 잘나가나 싶었는데, 그 뒤 또 몇 편의 드라마를 말아먹었단다. 사람이 잘 나가다 안 되면 심리적으로 쫓기게 된다. 내 전성기는 벌써 끝났나? 내가 왜 이러지 등등…. 그러다가 다른 부서로 좌천 발령도 받게 되고 MBC 노조 활동으로 경찰서도 들락거리다가 매일 한편의 글을 씀으로써 마음의 치유를 시작한다. 그리고사람들이 나에게 일을 안 줄 때 나는 무엇으로 먹고 살까?’라고 생각하다가 글을 쓰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몇 권의 책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 블로거, 강연자로 활약하고 계신다. 물론 MBC에 계속 근무를 하면서 말이다. 미국에 있는 나까지 알 정도이니 이분의 글쓰기 전략은 성공했다고 봐야겠다. 하지만, 쉽게 해서 여기까지 온 것은 결코 아니다. 매일. 그렇다 매일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말이 매일이지,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매일 글을 쓴다고 자기 상황이 갑자기 바뀌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대 성공이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목표로 하고 끈기 있게 꾸준히 지속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분이 세바시 강연하는 것을 봤는데 (유튜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강연을 하면서 춤까지 추신다. 참 대단한 분이다. 가족과 여행도 즐기고, 노령의 아버지와 단둘이 해외여행도 매년 다니신다. 또한 가까운 지인들과 SF 영화를 만드는 동호회도 하고 계신다. 1 2일 동안 펜션 같은 곳에 모여서 하루 종일 즐기면서 자기들만의 짧은 SF 영화를 핸드폰 등 간단한 기기로 만든다는 것이다.

인생을 정말로 즐기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원래 인생을 즐기는 분이 아니라, 자기가 노력해서 최대한 본인의 인생을 즐기려고 노력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우리도 노력하면 우리의 인생을 즐 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분이고 그런 내용을 담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꿈이 MBC를 은퇴하고 연금은 생활비로 쓰고, 그동안 출판했던 책에서 나오는 인세와 강연료 등으로 100만 원을 추가로 버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평생 글을 써서 책을 내시고 싶단다. 내 생각에는 그 꿈은 몇 배로 초과하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아마 본인도 알고 있을 거다. 다만 겸손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만약에 만난다면 잘 통할 것 같은 분이다.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또 다른 좋은 예를 제시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분의 책을 내년 정기적으로 읽고 싶은 사람 중 하나가 된 것 같다.

울림을 주는 책 속의 멘트

1. “재미없는 일을 하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길다 

이 분의 책을 두 권 정도 읽고 팟캐스트와 세바시 강연에서 이 분이 하신 말씀을 들었더니 이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알 것 같다. 이 문구는 제1장의 큰 제목이다. 이 분은 아마도 인생의 목적이 흔히 말하는 속세의 성공이나 큰돈을 버는 것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분의 인생 목표는 아마도 재밌게 살자가 아닐까 한다. 영어도 성공하기 위해서 통번역 대학원에 간 것이 아니라 본인이 좋아서 그런 것이고, 방송국에 들어간 것도 본인이 하고 싶으니까 했던 것이다. 물론 가족을 부양해야 하니까 돈을 벌어야 하겠지만, 단지 부자가 되고 싶어서 혹은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들어서 무엇을 많이 후회할까? 돈을 원하는 만큼 많이 못 번 것? 원하는 만큼 성공을 못 한 것? 모르겠다. 이왕이면 후회는 안 했으면 좋겠지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그때 그걸 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했다 혹은 안 했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한 곳의 목표를 향해 아등바등 달려가는 것보다는 재밌고 유쾌하게 살고 싶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저자처럼 행복 바이러스를 나눠 주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2.  “그냥 노는 것이 아닙니다. 미친 듯이 놀다 결국 그 놀이가 일의 경지에 이르러야 합니다. 누구나 창작자가 되는 그런 시대가 이미 왔으니까요.” 

저자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대목이다. 이 분은 정말로 그냥 놀아도 그냥 노는 법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돈과 재미 중 하나를 추구하라면 무조건 재미를 선택하라고 한다. 나중에 그 일이 돈이 될지 안될지 모르니까 오랫동안 하려면 재밌는 일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매일 한 편의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고 그것을 7년간 지속하는 일은 대충 하는 것이 아니다. 누가 크게 알아주고 보상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미친 듯이 놀아야 한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게 미친 듯이 할 수 있었고, 그 결과는 우리가 알 듯이 몇 권의 베스트셀러 저자가 된 것이다. 나 역시 치열한 실리콘밸리의 한 가운데, 그리고 이 새벽 시간에 시간을 내서 저자의 책을 리뷰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쉬운 것도 결코 아니다. 나 혼자 좋아해서도 안되고 주위 가족들도 지지해 주어야 한다. 한 달 동안 외국에 배낭여행을 다니고 주말에 친구들과 영화 찍으러 놀러 다니는 일은 가족들의 지지 없이는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평소에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신뢰를 주었다는 말이 아닐까?

그리고 누구나 창작자가 되었다는 말도 가슴에 와닿는다. 누구나 유튜브를 할 수 있고, 블로그를 해서 자기 책을 낼 수도 있는 세상이다. 출판사가 책을 내주지 않으면 자기 혼자 1인 출판도 어렵지 않다. 정말로 미친 듯이 노는 방법을 찾고 꾸준히 한다면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지 의미가 있을 것이다.

3. “꾸준히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우연한 성공을 만날 텐데, 그럴 때 우겨야 합니다. 처음부터 그게 작전이었다고. 뻔뻔해지는 순간, 우리의 자신감은 상승하고 인생은 성장합니다.” 

작가의 위트와 철학을 볼 수 있는 문장이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너무 현실적인 얘기를 아주 자연스럽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얻어걸리는 경우는 종종 있다. 작은 경우라면 그냥 넘기면 되지만 큰일에는 스토리가 생기게 마련이다. 몇몇의 사업 실패를 겪은 후 어쩌다 시작한 새로운 사업이 성공을 했다면 우기라는 것이다. 원래 처음부터 이럴 줄 알고 있었고, 몇 번의 앞선 실패는 연습이었다. 나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나름 철학이 담겨있다. 지금 하는 일에 혹시 실패를 하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얘기다. 주위에서 질책하고 비난을 해도 어디 두고 보자. 언제 가는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성공할 수 있다. 그때 가서 성공을 하면거봐, 내 말대로 되잖아. 다 이게 내 계획이었어하고 말해버리면 그만이다. 뻔뻔하게 도전하고 과감하게 실행하라는 것이 저자가 주는 메시지이다.

4. “ 아, 힘들더군요. 괴롭고 분해서 새벽 4시가 되면 눈이 번쩍 떠졌어요. 잠이 안 와요.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 매일 새벽 블로그에 글을 썼습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했지요? 제게는 블로그가 그랬어요.”

확실히 저자는 한 수 아니라 두 수 정도는 위에 있는 고수이다. 이 문구는 계속되는 드라마 실패로 드라마 제작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좌천이 되고 나서 속상한 마음을 표현한 내용이다. 보통 사람 같으면 밤늦게까지 술을 먹거나 다 귀찮으니 그냥 침대에서 뭉개버린다. 혹은 일어나도 이런저런 유튜브나 영화 등을 찾아보거나 정말로 힘들 때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진다. 유튜브 찾을 힘도 정말로 힘이 들면 안 생기고, 영화나 드라마 보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 저자는 이 상황에서 글을 썼단다. 일반 사람들은 보통 때도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은데, 힘든 이 상황에서도 글을 쓴 저자는 확실히 고수임에 틀림이 없다. 평범해 보이는 이 부분을 울림을 주는 문장으로 뽑은 이유는 스스로에게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읽고 생각해보자는 의미이다. 너무 힘들어서 술 먹을 힘 조자 없을 때,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했다. 나도 그리고 여러분도 무엇이 되든지 저자처럼 뭔가에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면 오히려 정신이 분산되어서 힘든 일이 좀 잊히지 않을까?

5. “ 도서관에 가서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이어 읽고,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쓰고, 그 결과를 모아 책을 한 권씩 내보면 어떨까.”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리는 일은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1-2 년에 한 권의 책을 내는 일에는 도전을 하고 싶다. 실제 저자는 매년 한 권씩 책을 내고 있는 것 같고, 대부분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 같다. 저자의 이야기를 가만히 읽다 보면, 나랑 생각이 참 비슷하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아 좋다 이렇게 해야지’생각해서 비슷해진 건지, 아니면 내가 원래 마음에 품고 있던 생각인데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구체화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 분이 노후에 계속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싶다고 하신 부분이나,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해서 매년 책을 내고 싶다고 하신 부분은 나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 분도 드라마 피디로 정말로 바쁘게 사시는 분이고, 우리도 각자의 생업에서 정신없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저자도 할 수 있다면 우리라고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도전해 보고 싶다. 아마 몇 년이 지나면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