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소소한 일상/북 리뷰

<<팔지마라, 사게하라>> (장문정, 샘엔파커스)

Happy Guy in SV 2020. 3. 25. 13:27

꽤 오랜 시간 동안 이 책을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본 것 같다. 제목부터 참 인상적이다. 억지로 팔려고 하지 말고, 일부러 와서 사게 하도록 하라는 명언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경지에 오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된다. 요즘 잘 잔 가는 명품들을 생각해보면 된다. 굳이 광고를 하지 않아도, 다들 신상 명품을 사기 위해서 줄을 서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에 나갈 때 지인에게 사다 달라고 부탁까지 한다. 수고비까지 지불하면서까지 말이다. 그뿐인가? 백화점의 명품 매장에 가면 인기 있는 명품은 아예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물건이 들어오면 자기한테 먼저 연락해 달라고 신신당부도 하고 판매원에게 뇌물 (?)까지 줘야 겨우 원하는 물건을 넣을 수 있다고도 한다. 이런 게 바로 팔지 말고 사게 하는 방법일 것이다.

명품이야 그렇다고 쳐도 우리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저자는 오랜 시간 동안 홈 쇼핑 업계에서 이른바타짜’로 날리는 스타급 쇼 호스트이다. 당시 단일 시간 내에 최다 판매 기록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 책을 찬찬히 살펴보면 단순히 말을 잘하고 판매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을 제대로 공부했음을 알 수 있다.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것이다. 아마도 저절로 얻어지지는 않았을 것이고,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공부를 했기에 이러한 경지에까지 다다를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내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는 홈 쇼핑이 한국처럼 재미있거나 크게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아마존으로 하는 온라인 쇼핑이야, 한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미국 TV에서 나오는 홈 쇼핑은 정말로 구닥다리 같은 느낌을 준다. 따라서 잘 보지도 않고 물건을 주문해 본 적도 없다. 실제로 주위에서도 홈 쇼핑을 보고 물건을 사는 사람은 아직 못 봤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홈 쇼핑을 보고 있지만 사실 재미있기도 하다. 일부 탑 레벨의 쇼 호스트는 거의 연예인급이다.

이 책의 저자 이름을 봤을 때에는 여자분인 줄 알았다. 나중에 하도 글을 잘 써서 인터넷에 찾아봤더니 의외로 남자분이었다. 이 분은 강의를 가면 사람들이 졸까 봐 물뿌리개를 가지고 다니면서 졸면 발사한다고 협박(?)까지 한다고 한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확실히 전달한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 부분을 읽고서 이분은 책임감도 강하고 열정도 대단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울림을 주는 책 속의 멘트

1. “여자친구 추워요~”

이 부분을 읽고서 정말로 무릎을 쳤고, 손뼉 치면서 읽었다. 정말로 딱 그 장면이 상상이 되면서 최고의 광고 카피이지 마케팅 전술이라고 생각했다. 상황은 이렇다. 매해 12 31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종각으로 모인다. 지금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한국에 살 때는 그랬다. 특히 젊은 연인들이 데이트를 하러 종각 근처 종로에서 밤새워 놀기도 했다. 그런데 12 31일이니까 당연히 춥다. 그리고 노점에는 각가지 음식이나 손 난로 등을 팔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젊은 총각이 이렇게 외치더란다. “여자친구 추워요~”

, 강했다. 이보다 더 강렬하고 확실한 세일즈는 없다. 말 그대로 끝판왕이다. 날은 춥고 사람은 많은데, 주위에서 저렇게 외치면 남자 친구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일단 사든 말든 여자친구한테 물어야 한다. “춥지? 저거 사줄까?” 물론 가격은 편의점에서 파는 것보다 아마 최소 2배는 비쌀 거다. 그래도 여자 친구가응 추워, 저거 사줘” 하면 끝난 거다. 그 상황에서저기 편의점에 가면 반값에 살 수 있으니까 거기까지 가자”라고 말할 남자는 없을 것이다. 있다면 내년 12 31일에는 그 여자분과 종각에 다시 가기는 힘들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이 정도의 힘을 가진 카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어떤 물건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다. 짧고 간단하지만 누구라도 기억할 수 있는 세일즈, 광고 문구이다. 내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2. “제아무리 가격이 싸도, 심지어 공짜라 하더라도 당장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구매하지 않는 게 공짜 상술에 넘어가지 않는 방법이다. 기억하라! 공짜는 어떤 식으로든 결국 그 값을 치른다.” 

살아보니 맞는 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무리 감언 이설을 늘어놓아도 자세히 살펴보거나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보면 공짜가 아님을 알게 된다. 정말로 공짜라면 무엇 때문에 자기들 시간들이고 노력해서 우리에게 주려고 노력할까? 그럴 수는 없다.

예전에 한국에 살 때 이런 일이 몇 번 있었다. 차를 운전해서 가고 있는데, 웬 트럭이 옆에 붙는다. 그리고는 웬 젊은 사람이 창을 내리고 이렇게 묻는다. “ 아저씨, 회 좋아하시죠? 오늘 팔고 남은 게 있는데 그냥 한 상자 가지고 가시죠.”. 공짜로 비싼 회를 가지고 가라는 것이다. 이런 일이 2-3번 일어난 것 같다. 물론 의심이 많은 나는 괜찮다고 하면서 차를 세운 적은 없다. 생각해 보라, 굳이 회가 남았으면 아는 사람들 주거나 아니면 버리든지 할 것이지 생전 모르는 사람이 운전하는 옆에 바짝 붙어서 가지고 가라니? 나중에 신문을 보고 그것이 그 사람들의 상술임을 알게 되었고, 그런 경우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았던 것이다. 하긴, 그러니까 나에게도 2-3번이나 일어났지. 그리고 가까운 동생이나 후배에게 꼭 하는 말이 있다. 누군가 다가와서 (예를 들어 아주 가까운 친구라든지) 고급 정보라면서 너만 알고 있어라고 얘기한다면 대부분 그냥 넘거라. 그 친구가 혹은 여러분이 정보기관에서 일하거나 대한민국 0.1%에 들어서 정말로 고급 정보를 취급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여러분을 어떤 식으로던지 노리는 경우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가족이나 친구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런 고급 정보가 우리에게까지 올 확률은 0에 가깝다.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라서 믿지 말고 그 사람들도 다른 누군가에게 속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것에 속아서 잘못된 투자를 하거나 사기를 당해서는 안 될 것이다.

3. “홍수가 나면 물이 지천인데 오히려 마실 물은 없다.”

모든 게 풍부한 시대이다. 정보도 너무 많고 봐야 할 영화도 드라마도 너무 많다. 예전에 미국에 오셨던 분들은 한국 방송이나 영화를 보려면 딱 하나의 옵션밖에 없었다. 한인 비디오 가게에 가서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된 한국의 방송 프로그램을 빌려 보는 것이다. 요즘 분들은 비디오테이프가 뭔지 모르실 수도 있는데, 대략 한 권의 책 보다 약간 작은 플라스틱 안에 실제 필름이 감겨있는 녹화 테이프이다. 그러다가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도 KBS world MBC의 채널이 한 개씩 잡히기도 했다. 즉 채널이 딱 하나기 때문에 한국 방송을 보고 싶으면 그 시간에 방송하는 것을 봐야 했다. 물론, 인터넷으로 찾아서 보면 되기도 하지만 굳이 보고 싶은 게 없거나 시간 때우려면 그냥 방송하는 것을 틀어놓고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럴 때는 평소에 잘 보지 않던 시사 프로그램이나 전국 노래 자랑 같은 프로그램도 보게 되는데, 자꾸 보다 보면 이게 또 신기하게 재밌다. 그러다가 지금은 넷플릭스나 유튜브 TV 등이 보편화되어서 볼 것이 천지이다. 그런데 희한하게 채널은 정말로 많은 데 막상 무엇을 보려고 하면 볼 것이 없는 것이다. 너무 많은 정보와 선택은 오히려 우리에게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모르게 만든다. 무엇을 하든지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unique 한 자신만의 무기를 만드는 것이 키포인트임을 일깨워주는 문구이다.

4. “자동차를 구매한 사람들이 다른 차보다 자신이 구매한 차의 광고를 더 많이 보고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와서 남들 다 그러듯이 나도 중고차를 한대 샀다. 몇 년 타고 바꿔야지 했던 것이 거의 10년을 탔었다. 나도 그렇고 전 주인도 차를 깨끗하게 쓰는 편이라 차에 큰 문제도 없었고 크게 차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라 굳이 바꿀 이유도 없었다. 그러다가 회사를 옮기고 나서 겸사겸사 새로운 차를 사게 되었는데, 고속도로를 다니다가 같은 차종을 보면 눈이 번쩍 뜨이는 거다. “아 저기 있네. 아 여기도 있네. 내 차의 뒷모습은 저렇구나”. 평소에는 신경도 안 썼던 차인데, 막상 내가 사고 보니 고속도로에서 그 차를 찾는 데는 귀신이 되어 있었다.사람은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는다. 그러다 보면, 편협한 사고방식에 빠지게 되고 자신의 선입견에 갇히게 된다. 특정 정치 신념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성향에 맞는 방송 만을 찾아보게 된다. 그러면 실제로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더욱 확고히 하게 된다. 당연히 객관성은 떨어지게 되고 그런 것들이 반복이 되면, 편협한 사람이 된다.

5. “비겁하면 안전하긴 하지만 창조는 없다.”

이 말은 공감은 되지만 이렇게 해석하면 어떨까 한다. “현실에 안주하면 편안하기는 하지만 내 심장을 뛰게 할 일은 없다”.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치고 고민 안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나에게 맞는 일인지, 당장 뛰쳐나가서 내 사업이라도 해야 하는 것인지? 어느 누구도 정답을 얘기해 줄 수는 없다.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고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어려운 경우에 늘 마음에 품고 있는 말이 있다. ‘하면 후회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안 해도 마찬가지로 후회될 것 같으면 나는 하고 후회하는 것을 선택하겠다’. 내 경험한 무엇을 한 뒤에 후회 한 경우보다,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후회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자신의 심장이 뛰는 쪽으로 선택을 하면 최소한 나중에그때 할걸’이라는 후회는 안 하게 될 것이다. , 모든 결과의 책임은 본인이 진다는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