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소소한 일상/북 리뷰

<<멋진 인생을 원하면 불타는 구두를 신어라>> (김원길, 21세기북스)

Happy Guy in SV 2020. 3. 24. 09:28

한글로 된 책을 출간한 적은 없지만, 언뜻 들은 얘기로는 책을 내서 나오는 인세 수입은 크지 않다고 한다. 대략 책 정가의 8-12% 정도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마 저자의 인지도나 책의 성격 등에 따라 다를 것 같다. 그러기 때문에 일부 베스트셀러 저자를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책을 출판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작가는 굉장히 힘들다고 한다. 몇몇의 스타급 작가를 제외하고는 따른 직업이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계를 꾸려나간다고 한다. 특히 요즘처럼 책 이외에 SNS라는 강력한 매체가 더 각광을 받는 시대에는 책의 판매량이 더욱 줄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책에서 정보를 얻는 것보다 유튜브에서 동영상으로 쉽게 그리고 무료로 정보를 얻는 것을 더 선호하고 실제로 그게 더 빠르기도 하다. 그러나 책을 낸다는 것은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또한 자신의 생각을 대중 앞에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하다. 책을 내도 큰 금전적인 이익이 없으니 보통 책을 내는 목적은 개인의 자기만족이나 본인의 인지도를 높여서 자기가 하고 있는 사업이나 강의에 이용하고자 하는 목적이 많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현재 구두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CEO이다. 그러다 보니 책을 내는 목적이 본인의 구두 회사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우선일지 모른다. 실제로 미국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이 분의 구두 회사인안토니’라는 회사를 잘 모르고 사서 신어본 적도 없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회사가 궁금해졌고 그 회사 구두를 검색하게 되었다. 만약 저자의 목적이 회사의 홍보였다면 어느 정도는 달성한 것 같다. 실제 회사 홍보이던 자기만족 때문에 출간이 되었건, 나는 이렇게 자서전 성격의 비즈니스 책을 좋아한다. 너무 자기 자랑이나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의꼰대’ 마인드가 많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대부분의 이런 유의 책들은 저자가 온갖 고생을 해서 어느 정도 성공의 위치에 오른 얘기이다. 비록 이렇게 해라식의 얘기들이 나와도, 나는 듣는데 거북하지 않다. 어차피 내가 가릴 것은 가리고 들을 것은 들으면 되니까. 이런 책들을 읽다 보면 가장 큰 수확은 나를 뒤돌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분들은 이렇게 열정을 가지고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데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만으로 책을 사서 읽은 투자는 뽑은 셈이다.

이 책은 나온 지 꽤 되었는데, 읽는 것은 굉장히 최근의 일이다. 책을 워낙 좋아해서 다독다독이라는 팟캐스트를 즐겨 듣는데, 진행자 중 한 명이 저자인 김원길 대표에 대해서 얘기를 한 것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다. 팟캐스트 진행자인 빠숑님은 한국갤럽에서 오랜 시간 동안 근무를 하셨는데, 저자의 회사가 직원 만족도를 의뢰를 하면 그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와서 한국갤럽에서도 의아해했다는 것이다. 구두를 만드는 중소기업에 무슨 비밀이 있길래 직원만족도가 매년 거의 대한민국 1위 수준으로 나오는가 말이다. 나도 궁금했다. 무슨 비밀이 있길래? 더군다나 회사에는 슈퍼카가 있어서 원하는 직원은 언제든지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차를 몰고 드라이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책을 읽어보니 슈퍼카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고, 심지어는 회사 옆에 승마장까지 있어서 직원들이 원할 때 승마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슨 미국의 스타트업 회사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내가 알기로는 미국의 스타트업도 회사에 슈퍼카나 승마장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다. 뻔할 것 같으면서도 뻔하지 않았던 책이 바로 <<멋진 인생을 원하면 불타는 구두를 신어라>>였다.

울림을 주는 속의 멘트

1. “무엇이든 결정을 하면 곧바로 실천에 옮겨라. 그게 성공의 첫걸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정을 내리는 순간이 에너지가 가장 많은 순간이기 때문이다”

나도 한국에 있을 때에는 굉장히 실행력이 높은 편이었다고 생각된다. 다른 한국 사람들이 그러듯이 나도 빨리빨리문화에 길들여져 있었고,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일단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시작부터 했다. 시작하면서 생각했고, 실행하면서 수정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했던 많은 일들이 어느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물론 원래 생각했던 대로 결과가 나온 것도 있고,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결과가 나온 것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어떤 형태로든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미국에서 오랜 시간 동안 있으면서 나의 그런 성향이 많이 바뀐 것 같다. 혹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좀 더 조심스러워지고 신중해진 면도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그렇게 무작정 시작하고 보지는 않는다. 일단 생각하고 이리 저래 잰다. 사실, 그러면서 놓친 것도 많다. 이 글을 읽으면서 예전에 앞뒤 안 가리고 돌격하던 내 모습이 문득 떠올라서 코 끝이 약간 찡해졌다.

2. “습관은 철사를 꼬아 만든 쇠줄과 같다. 매일 가느다란 철사를 엮다 보면 이내 끊을 수 없는 쇠줄이 된다 (호레이 만, 미국 교육 사상가)”

이 부분은 저자가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한 것인데, 참 멋진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맞는 말이다. 습관이라는 것도 철사로 만든 쇠줄 같아서 일단 만들어지면 버리기가 참 어렵다. 습관에 대한 많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도 사람들이 습관의 중요성이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알고는 있는데,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것. 그것이 습관인 것이다.

3. “인생이란 자기 앞에 놓여 있는 사다리를 오르는 것”

저자는 시골에서 자라서 중학교만을 졸업하고 구두를 만드는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게 어려서부터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했다고 한다. 그렇게 몇 년을 사람들에게 묻기도 하고 본인이 묵상을 한 결과 인생이란 자기 앞에 놓여 있는 사다리를 묵묵히 오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도 이에 동감을 한다. 각자의 사다리는 다를 것이다. 누구는 정말로 긴 사다리이고, 누구는 앞에 사다리가 있는데도 모르거나 애써 외면한다. 인생이란 그리고 인생의 성공이란 자기 앞에 있는 사다리를 깨닫고 그냥 한 칸 한 칸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4. “나는 감정의 노예가 아니다. 노여움이나 어떤 다른 종류의 감정적 폭발의 노리개가 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오리슨 스웨트 마든)

이것도 저자가 다른 책의 내용을 인용한 부분인데, 참 가슴에 와닿았다. 부인하고 싶지만 나 역시 감정의 노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자기의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작은 일에도 마음을 상해서 괜히 가족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고 나의 소중한 하루를 망친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이 글을 읽으면서 내 감정의 주인은 나이면, 감정이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5. “그 일이 어떤 일이든 간에 대부분 자기에게 답이 있다. 스스로가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게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인다. 그걸 찾아내는 것이다”

어떤 문제에 직면해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질문하는 본인 스스로에게 답이 있으나 그것을 모르니까 그것을 일깨워 주면 된다고 한다. 공감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도 그 답을 알고 있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답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확신을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 얘기를 하고 하소연을 하는 것이다. 가끔 정말로 본인이 답을 몰라서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긴 시간을 얘기하고 나서 실제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면 본인이 원래 가지고 있던 그리고 알고 있던 답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 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 주위에 확인을 받고 네 생각이 맞다라는 확신을 받고 싶은 것이다.

끝으로, 미국에서 대부분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나에게 구두를 사거나 신을 일이 많지는 않다. 회사에 출근을 할 때도 대부분이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이다. 하지만, 언제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한번 바이네르 매장에 들러서 저자의 열정이 담긴 구두를 한번 신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