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소소한 일상/북 리뷰

<<고수의 질문법>> (한근태, 미래의 창)

Happy Guy in SV 2020. 3. 23. 21:54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한글 책을 읽지 못하는 것이 큰 스트레스였다. 예전에는 한국에서 책을 배송을 받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고, 또 미국 생활에 정착하고 여기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책을 받아서 한가로이 읽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2-3년의 시간을 보내고서야 조금 여유가 생겼고, 미국 책들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1-2년이 지나고 나니까 미국에서도 한국 책들을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에 주문해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한국 책들은 거의 다 리디북스에서 나오는 전자책 '페이퍼'로 클릭 몇 번으로 구입을 할 수 있다. 특히 $6.99 월 일정액을 내고 '셀렉트'를 신청하면, 꽤 많은 책들을 무한정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책들이 셀렉트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꽤 다양하고 최신작까지 볼 수 있으니, 미국에 있는 입장으로는 참 고마운 일이다.

그동안 많은 책을 읽기는 했지만 따로 정리를 해두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내용은 어렴풋이 기억을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다른 책들과 섞이기 쉽고, 특히 나중에 구체적인 내용을 인용해야 할 때 어디 부분에서 나온 내용인지 알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읽은 책들 가운데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면 이렇게 북 리뷰를 남길 생각이다.

첫 번째는 한근태 작가님의 <<고수의 질문법>>이다. 이 책을 첫 번째로 택한 이유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마침 북리뷰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이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근태 작가님은 다작을 하기로 유명하다. 그만큼 지금까지 쌓아오신 내공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작가님의 책을 4-5권 정도 읽은 것 같다. 그리고 읽은 모든 책이 다 어느 정도의 울림이 있었다. 다만, 다작을 하는 작가의 공통점이기도 하는데, 큰 울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내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하거나 생각해보지 못한 내용이 나오지는 않는다. 충격적이거나 나를 새로운 세상과 연결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는 울림이 그렇다고 결코 만만하지 않다. 평소 알고 있었지만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 혹은 다른 각도에서 한번 '훅'하고 쳐주는 느낌이 좋다. 가독성이 좋아서 몇 시간 내에 읽을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지금까지 30권의 책을 내셨고, 최근 몇 달 동안에는 5-6권의 책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셨다

종이 책이 아닌 리디북스의 전자책으로 읽었기 때문에 이미지를 리디북스에서 가지고 왔다.

울림을 주는 책속의 멘트

1. "내가 생각하는 성공은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잠재력은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발휘된다. 목표가 없으면 당연히 잠재력은 깨어나지 않는다".

혼자서 중얼대는 말 중에 하나는 '성공하자. 파이팅'이라는 말이다. 아무래도 미국 생활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성공에 대한 스스로 압박을 가하다 보니 이런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성공이란 무엇일까? 돈을 많이 버는 것? 지위가 많이 올라가는 것? 좋은 가정을 꾸려서 행복하게 사는 거? 사람마다 성공의 정의는 다를 것이다. 나 역시도 아직 성공의 정의에 대해서 생각하고 재정의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한근태 작가님의 성공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나는 내 경험에 의해 이 말이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과연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있는가? Yes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욱 분발해야지 하고 생각하며 이 문장이 나에게 작은 울림을 주는 것이다.

2. "우리는 시간을 물 쓰듯 한다.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을 부린다. 인생이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생각되는가?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라. 내게 살아갈 날이 3년밖에 남지 않았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유명한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대학 졸업 연설문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나에게도 이 문장의 질문을 던져보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3년 동안 하고 싶은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부끄러워졌다. 아마 나에게 15년 전에, 아니면 10년 전에, 아니 5년 전에 같은 질문을 던졌으면 아마도 Yes라고 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내 인생의 방향을 다시 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remind 해주는 문구이다. 

3. "상처를 받았다는 건 이미 내 안에 상처를 갖고 있었다는 뜻이다. 내 안에 보내 열등감이 있었는데, 누군가가 그걸 들추어낸 것이다"

이 문장도 공감이 많이 됐다. 미국에 살다 보니 남에게 상처를 받았다고 느낄 일이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개인의 사 생활을 많이 보호하고 일 적인 부분 이외에는 타인과 부딪힐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마음이 다칠 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이유가 외부의 말이나 행동에 있기보다는 원래 내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다가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으로 다시 생각이 난 경우도 꽤 되는 것 같다. 스스로 잊었지만 가지고 있던 혹은 인지하지 못했던 열등감이 타인의 지적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다른 말로 인하면 이럴 때 타인을 원망하는 것보다는 왜 내가 화가 나고 상처를 받았는지 먼저 곰곰이 생각해보면,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즉, 나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4. "연구자의 인생은 3단 로켓이다. 살아가면서 몇 번은 낡은 로켓을 때어내고 새로운 로켓을 점화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평생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토 모토시게의 <<도쿄대 교수가 제자들에게 주는 쓴소리>>를 인용하면서)"

이 말도 참 공감이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공부를 하고 지식을 쌓는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했다고 혹은 대학원 학위를 받았다고 해서 공부가 끝난 것은 아니다. 혹은 좋은 회사에 취직을 했다고 높은 자리까지 승진을 했다고 해서 지금의 방법을 계속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늘 변화해야 하고 발전을 해야 한다. 저자는 낡은 로켓을 버리는 것으로 그 예를 들었다. 참으로 이해하기 쉽고 좋은 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