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학회나 학교 세미나를 가면 이런 사람들도 있었다. 한 장의 슬라이드에 자기가 실험했던 결과 그림을 최대한 많이 넣는 것이다. 그리 크지 않은 세미나 룸에서도 그런 작은 데이터 그림이 보일 리가 없다. 한 슬라이드에 10-15개씩 결과 그림을 넣어두면 아무도 볼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이런 발표자는 초보 이거나 자신이 열심히 했음을 자랑하고 싶은 것이다. 발표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면 안 된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듣는 사람이 듣고 싶은 것을 들려주는 것이 좋은 프레젠테이션이다. 보는 사람이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프레젠테이션인 것이다. 따라서 듣는 사람이 편히 볼 수 있는 사이즈의 그림, 적당한 글자 수, 그리고 적당한 갯 수의 슬라이드가 중요하다. 지금 말하는 발표 혹은 프레젠테이션은 한국말로 하던지 영어로 하던지 똑같은 원리가 적용이 된다. 그래서 굳이 영어 프레젠테이션이라고 얘기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말로 하는 프레젠테이션은 좀 길어도 되지만, 영어로 하면 말하는 데 부담이 되니까 좀 짧게 하라 같은 말도 안 되는 비법은 없다. 모든 발표는 공통된 원칙이 적용이 된다. 그것이 위에서 말한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려면 일단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라고 한 이유이다.
그럼 슬라이드 당 발표 시간은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 일반적으로 슬라이드 한 장 당 대략 1분 정도를 할애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물론, 이것도 발표의 성격이나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한 장 당 1 분 정도를 생각하면 크게 무리가 없다. 나도 초창기에는 일반 다른 사람들처럼 많은 슬라이드를 준비했다. 특히 미국에 처음 인터뷰를 갔을 때는 나의 많은 실적을 최대한 보여주고 싶어서 최대한 많은 슬라이드를 넣었던 기억이 있다. 위에서 내가 지적했던 그 실수를 정확하게 본인이 했던 것이다. 최대한 흐름을 만들고 핵심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했던 모든 결과와 논문을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슬라이드 숫자가 너무 많아졌던 것이다. 시간은 제한이 되고 슬라이드 숫자가 많다 보니 어느 슬라이드는 1 장당 10-15초 정도 간단하게 언급을 하고 넘어가게 되는 데 이럴 때 듣는 사람의 집중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쉽게 말해서 짜증이 나게 된다. 무슨 내용인지 슬라이드를 막 보려고 하는데 다음으로 넘어가니, 이해를 못 한다고 느끼게 되고 집중도가 낮아지는 것이다. 반대로 1장을 보여주고 5-6분간 떠드는 경우도 있다. 이는 주로 어느 정도 경험이 많은 강사나 교수들에게 비교적 자주 보이는데, 말에 자신이 있는 경우이다. 자기의 지식과 경험이 많으니 한 장을 놓고 이 얘기 저 얘기 말이 가지가 쳐서 얘기가 길어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도 일반적으로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듣는 사람들의 집중도는 내 생각에 그리 길지 않다. 지루하게 느껴지면 졸거나 바로 다른 생각을 한다. 우리 머릿속에는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스치는가? 그런 청중들의 머리 속을 내 발표 자료에 집중 시키려면 한 슬라이드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어도 안된다. 여러분이 1시간을 발표를 한다면 40-45분을 발표를 하고 10-20분의 질문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즉 45분 발표를 한다고 하자. 이때는 1장 당 대략 1분 내외 (50초- 1: 10초)의 전략을 갖고 슬라이드를 만들면 무난하다. 즉 45분 발표에 대략 40-50장 정도의 슬라이드 면 괜찮은 숫자가 나온다. 물론 이것을 엄격하게 지켜서 40장 이하면 안 되고 50장이 넘으면 큰일 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대략 이 정도라는 것이다. 만약에 동영상이 들어간다면 슬라이드 숫자가 더 줄어들 수도 있다. 머릿속에 대충 이런 틀을 넣어두고 일단 발표 자료를 만들라. 그러고 나서 실제 연습에 들어가서 필요하다면 뺄 건 더 빼고 넣을 건 더 넣으면 된다. 이런 계획을 가지고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은 일단 시간 엄수라는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발표 준비를 하는 입장에서도 발표 시간 대비 슬라이드 숫자를 미리 알 수 있으니까, 각 단계마다 분량을 조절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대부분은 일단 슬라이드를 준비를 하고 원하는 것을 다 넣은 다음에야 파워포인트 몇 장인지 확인을 한다. 혹은 아예 몇 장인지 크게 신경도 안 쓰는 경우도 비일 비재하다. 그리고는 ‘아, 이거는 1시간 가지고는 안돼. 최소한 3시간은 있어야 이 내용을 다 말할 수 있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올바르지 못한 접근 방법이다. 나에게 1시간이 주어졌으면, 45분짜리 발표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간 안에 나의 발표 내용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내 발표 내용에 맞춰 시간을 조절해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3시간짜리 슬라이드를 어떻게든 45분 발표 슬라이드로 만들어 보면 대부분 느낄 것이다. 처음에 만든 것에 군더더기가 너무 많았다는 것을. 아니면 내가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했음을. 혹은 둘 다에 해당됨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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