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어떻게 공부하고 준비할까?/영어 Presentation 비법

영어 프레젠테이션- 6. 슬라이드 만들 때 그림과 글자의 비율은? (I)

Happy Guy in SV 2020. 4. 17. 22:08

많이 듣는 질문 중에슬라이드 화면에 그림과 글자의 비율은 어떻게 해야 돼요?”라는 것이 꽤 많다. 사실 하나의 정답을 얘기하기는 곤란하다. 청중이 누구냐에 따라, 발표 분야가 무엇이냐에 따라, 발표 장소나 분위기에 따라 제각각 일 것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스타일은 가급적 글자는 배제하고 그림 위주로 발표 슬라이들을 배치하는 것이다. 이것은 외국 학회를 다니던 대학원 시절부터 생긴 습관이다. 외국의 유명한 대학교수들의 발표를 보면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발표 스타일이야, 사람마다 다른 것은 분명한데, 이른바대가’라는 분들은 발표 슬라이드에 글자의 수가 확연히 준다는 것이다. , 그림 위주로 발표 슬라이드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심지어는 한 슬라이드에 달랑 그림 하나씩 만 보여주고 기가 막히는 발표를 한다. 굳이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대가는 그림 몇 개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내가 누군가의 바이오 혹은 의학 관련 발표를 듣고 난 뒤 좋다고 느낄 때에는 대부분이 이렇게 그림 위주로 쉽게 발표를 하는 대가들이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내 발표 슬라이드는 글자를 최대한 줄이고 그림 1-2개로 메인을 잡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그 그림들에 맞춰서 최대한 쉽게 설명하는 것, 다시 말해 청중이 최대한 알아듣기 쉽게 발표를 하는 것이 내 발표의 핵심이다. 밥을 차려만 주면 안 된다. 숟갈로 떠서 입에까지 넣어주고 씹어서 삼키는 것까지 확인해야지 제대로 된 발표이다. 그래서 이런 습관은 대학교수를 할 때까지 계속 유지되었고, 지금도 글자를 많이 넣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그림 위주의 발표를 다른 사람에게 권하지는 않는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회사로 옮기고부터는 그림만 넣어서 발표하는 방식이 꼭 좋지 많은 않겠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발표의 대상과 발표의 목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교수들이 발표를 할 때에는 자기의 연구 결과를 청중들이 알아듣도록 전달하면 된다. 그다음의 목적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스타일 대로 하면 된다. 그러나 회사의 발표는 그 목적이 다르다. 발표를 하면 그다음이 있다. 그게 세일즈가 되도록 한다든지, 협력 관계를 만든다든지의 비즈니스 목적이 강하기 때문에 전달하는 사람과 받아들이는 사람의주관적’ 판단을 최대한 배제를 해야 한다. 그림 위주의 발표는 이러한 주관적 견해가 개입될 가능성이 너무 높다. ,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왜곡해서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따라서 비즈니스 목적이나 정확한 사실 전달이 중요한 발표라면, 그림을 넣더라도 옆에 강조점이나 요약 포인트를 넣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슬라이드의 왼쪽에는 관련 그림을 넣고 오른쪽에는 요약 포인트 3-5가지 정도를 넣는다면 무난한 슬라이드가 될 것이다. 아직도 글자가 너무 많은 슬라이드 방식은 좋아하지 않는다. 발표를 하면 누구나 앞쪽에 앉는 것도 아니고 눈이 꽤 안 좋은 사람도 의외로 많이 있다. 이럴 때 내용을 많이 넣고자 하면 아무래도 글자 수가 많아지고 슬라이드가 복잡하게 보인다 (미국에서는 흔히들 busy slide라고 얘기한다). 발표 목적이나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많은 내용을 넣고자 슬라이드에 내용을 꽉 채우면 오히려 역 효과가 날 가능성이 크다.

가끔 보면, 어떤 사람은 시간 내에 다 발표를 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많은 분량의 슬라이드를 가지고 오는 경우가 있다. 30분 발표인데, 슬라이드 미리 보기를 하거나 슬라이드 넘버를 보면 100장이 넘는다. 이런 경우는 발표 내용을 들어보나 마나이다. 거의 100%의 확률로 별로인 발표인 것이다. 준비가 제대로 안 되어 있고 정리가 안된 것이다. 흔히 말하는 아마추어들이 하는 방식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하면, 세 가지 정도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 불안감 때문이다. 혹시 내가 발표한 내용 이외에 다른 내용을 요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많은 내용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내용을 물어봐도 보여 줄 수 있고, 내가 그만큼 많은 준비를 했다는 인상을 풍긴다는 착각을 하는 것이다. 사실 그 반대이다. 많은 준비를 한 게 아니라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혹시 다른 내용도 물을까 봐 슬라이드를 필요 이상으로 준비를 한 것이라면, 차라리 두 가지 버전을 만들어라. 30분 내에 발표할 20-30장 내외의 발표 슬라이드 하나. 그리고 혹시 몰라 따로 준비한 추가 내용으로만 구성된 30-40장 하나. 이렇게 준비를 하면 마음도 편하고 혹시 모르는 추가 내용 요구에 대처를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준비를 잘했다는 인상은 오히려 이렇게 준비를 했을 때 확실하게 줄 수 있는 경우이다.

 두 번째는 교수 들이나 회사의 높은 위치에 있는 분들 혹은 유명 강사들에게 보이는 형태이다. 기존에 다른 곳에서 발표했던 자료를 그냥 다시 가지고 오는 경우이다. 이전에 2시간 강의를 의뢰받아서 준비한 자료가 있다고 하자. 2시간 강의니까 약 100여 장의 슬라이드가 들어있는 큰 분량의 강의 자료이다. 그런데 비슷한 주제의 이번 발표는 30분이다. ¼로 줄어든 발표 시간에도 예전에 썼던 강의 자료를 그대로 가지고 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무성의한가? 그런데, 이런 경우가 의외로 많다. 정말로 성의가 있다면 기존의 120장짜리 슬라이드 줄여서 30장 정도의 축약본을 만드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새로 슬라이드를 만드는 게 아니라 중요한 부분만 발췌를 하면 되니까.

그런데 이렇게 축약을 하라고 하면 너무 어려워한다. 전부 다 중요한 내용이라서 뭘 줄일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본인이 무엇이 중요한지 제대로 모르는 경우이다. 본인이 확실히 내용을 소화하고 제대로 이해했다면 30분이 아니라 10분 강의 자료도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심지어, 스타트업은 엘리베이터 피치라고 해서 3-5분 안에 핵심을 요약 발표하라는 요구를 받기도 한다.

120분짜리 강연 자료를 30분 발표에 썼으니 앞에서 서론 (Introduction)만 얘기하다 끝난다. 그리고는 본인이 시간이 없다고 계속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발표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이다. 여러 연자가 발표하는 큰 콘퍼런스의 경우, 이런 사람이 있으면 발표 스케줄이 뒤죽박죽 된다. 당연히 발표의 질도 떨어지고 횡설수설 하다가 내려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경우를 참 싫어한다. 이렇게 준비 없이 예전에 쓰던 발표 자료를 그대로 가지고 오면, 발표 초대를 한 주최 측이나 그 발표를 들으러 일부러 시간과 비용을 지불 한 청중 들을 기만하는 꼴이 된다. 본인이 얼마나 바쁜지 혹은 유명한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이렇게 무성의하게 발표를 할 거면 차라리 정중하게 거절을 하고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훨씬 합리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본인이 발표 내용이 확실히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서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자신이 발표할 내용을 정확히 이해한 뒤에 가장 쉽게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좋은 발표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발표하는 본인이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자기는 나름대로 정리해서 이해했다고 믿지만, 실제로를 그렇지 않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진다. 정확히 이해를 못 했으니까 가급적 많은 자료를 넣고자 이 내용, 저 내용을 삽입하게 된다. 또한 뒤에 갈 내용이 앞에 가거나 앞에서 언급한 내용이 또 뒤에 나오게 된다. 본인이 정확히 핵심과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면 슬라이드가 늘어질 이유가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발표 시간에 비해 너무 많은 슬라이드가 있는 것을 보면, 이번 발표는 별로이겠다고 미리 판단하고 기대를 접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런 준비 안된 발표를 듣고 감동을 받거나 좋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정리가 안된 긴 발표보다는 차라리 핵심이 정확히 정리된 짧은 듯한 발표가 낫다. 발표 시간을 다 채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 핵심을 전달하고 듣는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거나 내가 설득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시키는 것이 발표의 핵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