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어떻게 공부하고 준비할까?/영어 Presentation 비법

영어 프레젠테이션- 4. 무작정 달달 외우는 게 능사는 아니다 (I)

Happy Guy in SV 2020. 4. 17. 10:00

경험이 없는 분들이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가만히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몇 주 혹은 몇 달 전부터 엄청 긴장하고 걱정한다는 것이다. 둘째, 원고를 쓰고 달달 외운다. 익숙하지 않은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원고를 정성껏 쓰고 달달 외우는 것이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별 준비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달달 외우는 방법은 자칫 원고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프레젠테이션의 전체 흐름을 보는데 소홀해질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원고를 너무 열심히 쓰고 다 외웠다고 하자. 연습할 때는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몇 번이고 반복해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발표가 시작되자 갑자기 어느 부분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발표의 특성상, 그리고 영어로 하는 익숙지 않은 프레젠테이션이다 보니 평소 보다 훨씬 더 긴장을 하게 되니 일어나는 일들이다. 사실 생각보다 흔하게 일어나는 일들이다.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달달 외우는데 집중을 했기 때문에, 중간에 갑자기 외웠던 문장이 기억이 나지 않으면 당황을 하고 그 잊어버렸던 문장을 기억하는 것이 갑자기 제일 중요한 일이 되는 것이다. 말을 더듬게 되고, 덜컥 겁이 난다. 내가 다음 슬라이드 내용도 기억이 안 나면 어쩌지 하고 말이다. 그러다 보면 전체 발표가 내가 준비한 노력의 반의반도 제대로 전달 못하고 그냥 흐지부지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나는 영어로 처음 발표를 하거나 영어 발표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원고를 쓰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개인 성격이나 스타일의 차이 때문에 한국말로 발표를 준비할 때도 꼭 원고를 쓰고 나서 연습을 하는 분도 많다. 나는 발표를 할 때 원고를 쓰지 않지만, 원고를 쓰는 것은 그 사람의 생각을 정리하게 해 줄 수도 있고 전체 흐름을 큰 틀에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원고를 쓰는 것을 발표 중에 내가 할 말을 까먹었을 때, 즉 유사시에 보기 위해 만드는 것은 정말로 반대이다. 가장 하지 말아야 할 발표 방식인 것이다. 가끔 한국 분들이 미국에서 발표를 할 때 써온 원고를 보고 그냥 읽는 경우를 종종 봤다. 이런 건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장 최악의 발표이다. 이런 건 청중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내뱉어 버리는, 상호 교류가 없는 일방통행의 꽉 막힌 발표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발표란 발표 원고를 만들거나 외우는 과정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발표 슬라이드를 만들 때 결정이 된다. 주로 파워포인트를 가지고 발표 슬라이드를 만들게 되는데, 여러분도 그렇겠지만, 나도 내가 발표할 내용의 슬라이드는 대부분 내가 직접 만든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내용의 흐름을 논리정연하게 배치하려고 노력을 한다. 이 내용은 배경 (Background)이나 도입부에 인트로덕션 (Introduction)으로 넣어두고, 본격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이 순서대로 넣고, 마지막 결론은 이렇게 도출을 하자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슬라이드를 내가 이해하기 쉽고 말하기 쉽게 만들고 나면, 실제로 말하는 원고는 내가 머릿속에서 슬라이드를 배치했던 그 흐름에 따라서 논리적으로 전달하면 된다. 그런데, 내가 발표해야 하는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논리적으로 발표 슬라이드를 정리하지 못했다면, 말하고자 하는 내용도 엉키게 된다. 원고를 쓰던 안 쓰던 전체의 흐름을 머릿속에 정확하게 넣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나는 발표 슬라이드를 만들 때 모든 내용을 직접 만드는 데, 이러다 보면 모든 내용의 흐름을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정리가 된다. 즉 말하고자 하는 디테일 혹은 영어 단어, 문장에 집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발표의 큰 흐름을 자연스럽게 슬라이드를 만들면서 머릿속에서 정리하는 것이다. 발표 슬라이드를 다 만들고 난 뒤에는 발표 순서가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생각이 나야 한다. 이 정도까지 되면, 굳이 발표 내용을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저절로 생각이 날 것이다. 즉 논리 (Logic)에 맞게,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지고 가는 것, 그게 전체 프레젠테이션을 성공하는 기본이자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영어나 발표 스킬은 그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