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주가 시작되었지만, 어김없이 온 식구는 집에서 일하거나 학교 수업을 듣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지고 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상이다. 동네 레스토랑도 모두 문을 닫고 Take Out이나 배달만을 주문받는다. 그로서리 마켓을 빼고는 웬만한 상점은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축소했고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일을 하는 재택근무를 한다. 덕분에 멀쩡하던 인터넷이 오전 10시에서 11시만 되면 잘 안된다. 컴케스트에 전화를 해 봐도 갑자기 사용량이 폭주를 한 것이니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단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불평만을 할 수가 없어서 힘없이 전화를 끊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서로 이해하면서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화장실 화장지는 온라인으로 거의 주문을 할 수는 없고, 마스크는 그래도 아직 주문이 가능하다. 아마도 미국 사람들이 아직 한국처럼 마스크 착용을 일상화하고 있지 않아서 인 것 같다. 며칠 전에 아마존에서 마스크를 주문해서 받았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받고서도 큰 감흥은 없다. 특별한 기능이 없는 재 사용 가능한 면 마스크 3개에 $23.99이다. 한 개에 대략 $7이 넘으니 이런 시국이 아니라면 굳이 주문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써보니 그래도 일회용 마스크보다는 촉감도 좋고 쓰기도 편했다. 다만, 이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데는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아예 안 쓰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은 있다. 그나마 이런 마스크라도 살 수 있었음에 감사해야 하나?
그래도 식구 숫자대로 마스크가 필요할 것 같고, 기능성 마스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아마존에서 마스크를 더 주문한 상태인데 도대체 언제 받을 수 있는지 기약이 없다. 밖에 나갈 일도 많지 않으니 사실 굳이 마스크가 더 필요하지는 않지만 혹시 몰라서 기능성 마스크를 주문을 했는데, 올 기미가 안 보인다. 아마도 중국에서 수입하는 마스크 같은데 shipping이나 통관에도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사실, 어디 마스크뿐이랴? 당연하게만 느껴지던 모든 것이 이제는 과거가 되어 버렸다. 아무렇게나 주문하던 아마존도, 일주일이나 이 주일에 한 번씩 가서 왕창 사다 놓던 그로서리도 이제는 큰맘 먹고 가야 하는 특별한 일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하나의 일상은 아마존에서 화장지가 주문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과 겨우 주문을 한 물품 들 (예를 들어 마스크)이 배송이 언제되는 지는 확인하는 것이다. 갑자기 예전에 읽었던 2차 대전 전후의 동유럽 국가들의 실상이 기억이 난다. 나름 풍요롭게 지내던 일상이 전쟁이 시작되면서, 소련의 지배하에 들어가면서 배급제로 바뀌고 사회 지도자층이 박해를 받으면서 생활이 어려워지는 얘기들이다. 특히, 인텔의 회장을 역임한 앤드류 그로브의 <<위대한 수업>> (한국경제신문)이 생각난다.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출퇴근 시간이 절약이 된 점은 장점이다. 이번 기회에 한번 다시 읽어봐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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