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상당히 신기한 체험을 해서 그것을 나누고자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 생활이나 비즈니스를 한다. 그리고 많이들 힘들어한다. 왜 힘들까? 많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돈 때문에 힘들 수도 있다.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 수도 있다. 장사가 잘 안돼서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제일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사람이 아닐까 한다. 다른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그래도 적응이 된다. 혹은 마음 맞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비교적 쉽게 극복된다. 하지만 사람이 안 맞으면 다른 조건이 다 맞아도 직장 생활이 어렵게 된다. 내 생각에는 직장 혹은 일터에서 가장 힘든 것이 사람 관계가 아닐까 한다.
나 역시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람 관계로 힘들어했다. 지금도 그렇다. 비교적 안정된 직장과 번듯해 보이는 명함. 얼핏 살펴보면 굳이 힘든 일이 있을까 싶지만 나라고 예외일까? 특히 직장 내에서 힘들게 지내는 사람이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라면 그럴 것이다. “나는 회사의 모든 사람과 잘 지내!”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만약에 있다면 정말로 축복받은 것이고 매사 감사해야 할 것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렵다 보면 회사에 가기가 싫어진다. 일을 하는데도 의욕이 생기지 않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나는 그냥 일만 하고 싶어. 이런저런 일에 엮이지 않고 그냥 일만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 그냥 일만 하게 내버려 두면 안 되나?”
이 말에는 이런 의도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원래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위에서 혹은 옆에서 그냥 두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현재 짜증이 난 상태이다. 일 잘하는, 그리고 능력 있는 나를 그냥 내버려 두면 지금보다 훨씬 잘 할 것이다. 내가 지금 실적이 별로인 것은 (혹은 그렇게 보이는 것은) 나 때문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 때문이다.
어떤가? 공감이 되는가? 일이라는 것은 ‘일’만 포함하지 않는다. 일이라는 것 안에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 (interaction)이 포함되어 있다. 일이라는 것은 회의를 하고 서로 자료를 검토하고 결과를 공유해야 한다. ‘사람’이라는 것을 배제하고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없다.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도 마찬가지이다. 내 쪽에서 일하는 것은 나 혼자 일지라도 상대방, 즉 고객과는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일이라는 것에서 다른 사람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나를 포함하여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사나 조직에서 사람 문제로 고민을 한다. 꼭 상사가 아닌 경우도 많다. 동료나 혹은 후배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도 무척 많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그 사람(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나 역시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회사 내에서 한 사람 때문에 몇 년째 상당히 고민을 하고 있다. 스타일이 서로 맞지 않지만, 그렇다고 같이 일을 안 할 수는 없는 상태이다. 서로가 팀에서 상당히 비중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 쪽을 배제하고는 일이라는 것을 진행하기 힘들다. 그런데 나와는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꽤 힘들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것이 매일 아침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차에서 기도를 하는 것이다. 나는 매일 아침 차를 회사 주차장에 대면 다음과 같은 기도를 하고 회사를 들어갔다.
“나는 XXX를 사랑하고, 동료들을 사랑하고 우리 회사를 사랑합니다. 나는 우리 가족을 사랑하고 제 자신을 사랑합니다. 오늘 하루도 의미 있는 하루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렇게 기도를 하고 나서 기도의 힘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무난한 몇 달을 보낼 수 있었다. 특별히 마찰이 있거나 크게 마음 상하는 일도 줄어든 것 같았다.
그런데 3월 초부터 미국에서 코로나가 급격히 퍼지면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지금이 5월 말이니까 거의 10주 정도를 집에서만 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1년 이상 출근해서 차 안에서 하던 기도를 당연히 안 하게 되었다. 출근을 안 하게 되니까 출근 루틴의 하나였던 기도를 안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점점 짜증이 늘어나는 나를 발견했다. 위에서 말했던 XXX와의 communication 이 점점 힘들어졌고, 스스로가 너무 민감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회사를 더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아침마다 하는 ‘사랑합니다’기도를 하지 않은지 2달이 넘은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XXX와의 관계를 힘들어하는 것이 ‘사랑합니다’ 기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XXX를 위해서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닌 나를 위해서 기도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사랑합니다’ 기도를 시작한 지 약 일주일이 되었다. ‘사랑합니다’ 기도는 하는 데 약 15초가 걸린다. 정말 짧다. 아침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이 기도를 하고는 너무 짧아서 아쉽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조금이라도 회사에 늦게 출근하고 싶은데 나의 기도는 너무 짧은 것이다. 아무튼, 다시 ‘사랑합니다’ 기도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놀라운 변화를 느끼게 되었다. XXX의 전화나 이 메일, 함께하는 회의가 더 이상 짜증 나게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놀라운 변화였다. 불과 2 주 전에 보기도 싫었던 얼굴과 이 메일이 이제는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겪었던 그 사람의 어려움도 공감이 되었고 측은한 마음까지 드는 것이다! ‘어 내가 왜 이러지?’ 달라진 것은 ‘사랑합니다’ 기도를 일주일 동안 15초 정도 소리 내서 말한 것뿐이다.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지까지 고민을 한 것이 불과 2주 전이다. 하루에 15초 정도 ‘사랑합니다’를 외쳤더니 갑자기 내 마음이 변한 것이다. 실제로 ‘사랑합니다’ 기도의 효과를 체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이토 히토리’의 책이나 일본에서 출간된 책들에 이런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원하는 것을 소리 내서 말하라는 것이다. 나도 평소에 매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 지 꽤 오래되었다. 대부분이 long-term goal이기 때문에 확실히 피부로 와닿는 변화는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사랑합니다’ 15초 기도의 힘을 확실히 느끼게 되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로 고민이 있으시다면 한번 해보시라고 얘기해 보고 싶다. 하루에 15초를 투자하고 내가 가진 최고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투자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를 위한 최고의 해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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