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소소한 일상/일상의 소소한 일들

'애쓰다'의 진정한 의미를 아시나요?

Happy Guy in SV 2023. 5. 17. 13:36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쓰는 표현 중이 '애쓰다'라는 말이 있다.

- 아이고 애쓰시네요.

- 애써서 기껏 해놨더니....

-애써서 했는데, 어쩌냐.. 결과가 이래서..

- 애써하는데,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 애써서 해. 파이팅!

 

등등, 우리 일상에서는 아주 흔히 쓰는 말이다. 하지만 애쓰다의 의미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에 책을 읽다가 문득 그 구절이 들어왔다.

'애써서 일을 하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애쓰다.... 애쓰다.... 무슨 뜻일까? 한국 사람이라면 애쓰다의 의미는 대충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기원이나 그 뜻을 알고 있을까? 비슷한 말로는 애먹다, 애타다는 말도 흔히 쓰이다. 

갑자기 머리에 드는 생각이 있었기에 구글에서 확인해 보기로 했다. 구글의 추천해 준 애쓰다의 '애'의 뜻은 다음과 같다. 

 

즉, 애는 우리의 간이나 쓸개 혹은 오장육부를 뜻하는 말이다. 다른 사전에는 창자를 나타낸다고도 하는데, 그냥 오장 육부를 가리킨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장기이자 생명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우리 중에 간이나 위, 대장 없이 (인공적인 보조 장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없을 것이다. 

그럼 다시 원래 의미대로 돌아가보자. 

'애쓰다'. 

 

고생한다는 의미일 것인데.... 가만히 그 의미를 곱씹어 생각해 보면 우리의 '애'를 힘겹게 쓰면서까지 진심을 다하고 노력하고 고생한다는 뜻일 것이다. 말론 쉽게 '애쓴다'라고 말하지만, 정말로, 진심으로, 나의 오장육부를 힘겹게 쓰면서 뭔가를 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애를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비교적 정확히 기억이 난다. 

예전에 학교에 다닐 때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굉장히 많았던 것 같다. 나뿐 아니라 우리 시대를 살아온 수많은 학생들이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나 걱정이 많았을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애를 쓴' 기억은 대학교 때이다. 자세한 상황을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대학교때 성적으로 인하여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컸던 것 같다. 

그때 시험 기간이 되면 무슨 음식을 먹던지 소화가 되지 않았다. 즉, '체했다'라고 표현하는 딱 그 느낌이다. 시험을 보통 오전에 하나 오후에 하나를 봤는데, 오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버틸 수 있었으나 오후 3시 경에 보는 두 번째 시험까지는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는 버티기가 힘들었다. 거의 밤을 새우듯이 공부를 하던 시절, 오전 시험이 끝나는 11시 경이되면 탈진 증상이 오는데, 바로 2-3시경에 두 번째 시험이라서 긴장을 늦추기는 힘들었다.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은 간단하게 점심을 먹거나 혹은 유유하게 보통때와 같은 편안한 식사를 하는 등 가지 각색이었다. 그때 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간단한 빵이나 간식을 먹었는데, 먹는 즉시, 말 그대로 먹고 30초 이내에 체했다는 느낌이 정확하게 전달이 된다. 

혹시 심하게 체해본 적이 있는가? 심하게 체하면 머리가 빙글빙글 돌고 구역질이 나오면서 온몸에 힘이 없다. 즉, 책을 보고 공부를 하기는커녕 가만히 숨 쉬고 있기도 힘들다. 하지만 중요한 시험은 시험이니까. 시험을 봐야 한다. 그때부터 시험 기간에는 음식만 먹으면 체하는 증상이 시작이 되었다. 나중에는 물이나 우유를 먹어도 체했다. 액체를 먹으면 체하는 증상이 없을까 싶었지만 예외는 없었다. 그래서 응급 처치로 가지고 다녔던 것이 '바늘'이었다. 체했어도 공부를 해야 했으니까 체한 느낌이 있으면 바로 손을 바늘로 땄다. 하지만, 능숙하지 않아서인지, 체한 정도가 심해서인지 한 두 번 따서는 괜찮아지지 않았다. 여러 번 따기를 반복하다 보니 내 엄지 손가락은 시험 기간에는 늘 퉁퉁 부어 있었다. 어떤 때는 독이 올랐는데, 심하게 부어서 병원에 갈뻔한 적도 있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아마도 스트레스성 '신경성 위염'이 아닐까 한다. 음식이 오면 위가 정상적으로 위 운동을 해줘야 하는데,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위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니 체하는 느낌이 난 것이다. 

이때가 내가 기억하는 '애를 쓰면서'까지 노력했던 기억이다. 정말로 힘들어서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정말로 힘들었다!), 그때가 대학 기간 내 가장 성적이 좋았던 때이다. 탈진하면서까지 시험을 보고 성적이 안 좋다고 느꼈지만, 결과적으로 돌이켜보면 그때가 가장 성적이 좋았던 때였다. 즉, 애를 쓰면서까지 노력을 했던 시기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방학이 되고 새 학기가 시작이 되면서 거짓말처럼 그 증상은 사라졌다. 그리고 새 학기가 시작되고 성적 역시 하락을 했다. 마음은 편해졌고, 체 하는 증상은 없어졌지만 반대로 시험 성적은 계속 떨어지거나 별 볼일이 없었다. 즉, '애를 쓸'일이 없어졌고, 애를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자 예상과는 다르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1년 뒤에는 스트레스성 '장염'이라는 증상으로 다시 한번 '애를 쓰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스트레스성 '장염' 증상도 거의 2년 정도는 지속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사라졌다. 

이 두 가지의 '애를 쓴' (첫 번은 '위'를 썼고, 두 번 째는 '대장'을 썼던 것 같다)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정말로 '애를 썼고' 치열했다. 그만큼 간절했고 긴장하며 살았다. 결과를 걱정했고 내 마음과는 달리 내 몸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이것이 '애를 쓴' 것이다. 

 

문득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나한테 묻는다.

"너는 지금 정말로 '애를 쓰고' 살아가고 있냐?"

나는 두 번이나 실제로 애를 쓰면서 고생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애를 써서 노력한다는 것이 뭔지 분명히 안다. 잊고 있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그때의 기분과 경험이 생생해진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이 위치에 있을 수 있도록 해준, 결정적인 시간들이었다. 

나는 지금 절대로 '애를 쓰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다. 물론 그때처럼 신경성 위염이나 대장염이 다시 걸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정말로 힘들다.....먹는 대로 체하거나 먹는대로 설사를 하는 기분은 겪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한다. 특히 중요한 자리나 결정적이 타이밍에서.), 그때의 반, 아니 반의 반이라도 노력을 하는지 묻고 싶다. 

진심으로 '애를 쓰면서'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