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작가 구본형 선생님을 아시는지? 아마 잘 모르는 분 들이 많을 것이다. 한국 IBM을 오래 다니다가 IMF 무렵 회사를 나와서 요즘 유행하는 소위 무자본 창업, 1인 기업을 시작하신 분이다. 그때는 인터넷이 막 시작하던 시기라서 사실 1인 기업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분은 아주 훌륭히 잘 해내셨다.
그리고 더 대단한 것은 IBM을 다니면서 새벽에 일어나서 2-3시간씩 책을 쓰셨다고 한다. 그러다가 첫 책인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경제 베스트 셀러에 올랐고 그 이후 매년 책을 내셨다. 처음 세 권 정도가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고 베스트셀러에 오르자, 굳이 IBM이라는 회사를 다니지 않고도 스스로 먹고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책을 쓴 것도 단식원에서 한 달간 포도 단식을 하면서 (오랫동안 숙원이었던) 책을 비로소 쓴 것이라고 한다.
'얼마나 떨렸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좋은 회사 IBM이라고 하는 외국계 기업을 다니다가 스스로 회사를 나와서 당시에는 용어도 생소했을, 1인 기업, 무자본 창업을 집에서 시작했을 때.....
'과연 내가 성공할 수 있을까?'
'과연 사람들이 IBM을 나왔어도 나를 찾아줄까?'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등등...많은 생각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 역시도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에 1년간 스타트업을 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준비 없이 막연히 잘 될 거라고 생각을 해서 시작을 한 것이지만, 아마도 구본형 선생님이 처음 회사를 나와서 스스로 독립을 했을 때와 심정이 비슷하지 않았을까 한다.
선생님의 여러 책을 종이책과 이 북으로 가지고 있다. 대략 5-6권 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한 작의 책을 5권 이상 시리즈로 가지고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가만히 세어보니, 로버트 기요사키, 사이토 히토리, 무라카미 하루키, 그리고 구본형 선생님까지. 4 분의 작가의 책을 5권 이상 가지고 있다. 비교적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편이지만 한 작가의 책을 5권 이상 가지고 있고 계속 반복해서 읽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스스로도 놀랐다. 아마도 소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고 주로 경제, 경영, 에세이등을 선호하는 성격이 커서 그럴 것이다. 소설과는 달리 경제, 경영, 에세이는 5권 이상을 내고 또 그 책들이 사랑받기는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구본형 선생님의 책 들은 읽을 수록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 문장의 참 뜻, 숨겨진 의미, 깊은 생각에 감탄, 또 감탄을 하게 된다. 나도 이제 나이가 결코 적지 않다. 그만큼 살아오면서 많은 책을 읽었고, 많은 경험을 했다. 어떤 경험을 하고서 (이를테면 책을 읽고서) 감탄을 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의미나 내용은 예전에 어디선가 읽었거나 들어본 내용이고,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저자의 숨겨진 의미에 대해서 감탄하기는 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구본형 선생님의 책들을 읽으면서 다시 감탄 또 감탄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표현들을 찾았으며 생각해 내셨을까? 어떻게 1년에 한 권씩 책을 내면서 지루하지 않고 새로움을 추가할 수 있었을까?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보통의 내공이 아니라면 이렇게 하기는 정말로 어려울 것이다. 어쩌다 한 권의 책을 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매년 한 권의 책을 내는 것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나같이 뾰쪽한) 독자에게 '감탄'을 이끌어 내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1인 기업과 스타트업을 늘 갈망하는 나의 상황과, 저자가 책을 썼던 나이가 지금 나의 나이와 얼추 비슷하다는 점 (사람은 나이가 들면 처해진 상황과 경험, 그리고 생각하는 것들, 고민이 다 고만고만해 진다....신기하지만 사실인 것 같다). 이런 것들이 아마도 나의 '감탄'을 자아내는 현상을 설명해 줄 수 있겠지만, 이미 그분의 책들은 대부분이 베스트셀러에 올랐기 때문에 (물론 오래전 이야기이다), 단순히 나의 상황 때문에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책이 가지고 있는 힘. 그분의 생각의 힘이 책 속에 녹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 나오는 표현과 내용들 중 공감이 가고 좋은 내용이 너무 많다. 그 중에 한 예를 들면 '불면증'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언뜻 그 분의 삶을 보면 남들은 '고민'이 없는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많은 기업 강의를 하고 (아마도 경제적으로는 꽤 넉넉했을 것이다), 집에서 1인 기업을 하니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작가는 책 속에서 본인은 새벽에 2시간 책을 쓰고 나머지 시간은 강연이 없을 경우 책을 보거나 가족, 친구들과 주로 시간을 보낸다고 쓰고 있다. 얼마나 편안하고 행복한 삶인가? 고민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안다. 꼭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그분도 미래에 대한 고민.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불안감. 사람들이 나를 더 이상 찾아주지 않으면 어쩌지에 대한 걱정들.
이런 것들이 그 분이 책에 쓰신 '불면증'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나는 비교적 쉽게 잠을 든다. 하지만 일단 자다가 새벽에 잠을 깨면 다시 쉽게 잠을 들지 못한다. 새벽에 깨서 다시 잠이 들면 좋으련만 (다음 날 또 일을 해야 하니까),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문다. 특별히 고민이 없을 것 같은 시기에도, 반드시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사실 고민이 없는 시기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고민이나 걱정의 크기만이 다를 뿐이지.
지금 이 글도 새벽에 잠이 깨서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계획에 없이 쓰는 것이다. 그분도 꽤 심각한 불면증을 가지고 있었구나. 내가 새벽에 깨서 잠을 잘 들지 못하는 날이 있다는게 이상한게 아니구나...아마도 내 나이대의 많은 사람들이 비슷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나이가 다 그렇겠지만, 40대에 고민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
내가 현재 (아마도 거의 7-8번째 읽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읽고 있는 그 분의 책은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이다. 나는 이분이 말하는 그 나이를 이미 지났지만, 40대 전후의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필요한 책이 아닐까 한다. 특히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직장을 바꾸던지 나와서 새로운 일, 특히 1인 기업, 새로운 창업을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적극 추천하고 싶다.
사실, 이 분은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책을 읽다보면 이 분의 평생 계획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된다. 아마도 1년에 한 번씩 책을 내시고, 10년에 한 번씩은 본인의 삶에 대한 전기를 쓰실 계획이셨던 것 같다. 그리고 (대부분의 우리처럼) 평균 수명 이상은 사실 거라고 생각을 하시고 계획을 잡으신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나셨다. 60세 언저리에서 돌아가셨으니까 단명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요즘 시대에서는 일찍 가셨다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어느 순간 부터는 (나이가 더 들어서) 1인 기업, 컨설팅 전문가, 강연가, 저술가인 내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그게 언제 인지 모르지만, 구본형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분이 사셨고, 생각했고, 하셨던 모습들이 내가 원하는 (그 분야는 다르지만) 모습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재미있는 게, 책을 읽다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정확하게 옮기지는 못하더라도 대략 의미는 다음과 같다).
(남의 글을 읽고서) "젠장, 더럽게 글을 잘 썼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거야?"
나는 그분의 책을 읽으면서 똑같은 생각을 한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이런 표현을 생각하고 이런 문장을 쓴 것이지? 내공이 얼마나 돼야 이런 글이 나올 수 있는 거야?"
지금 삶의 변화를 원하시는 분들은, '변화 경영 연구소'를 운영하셨던 (위에서 말한 그 1인 기업) 구본형 선생님의 책을 한 권 읽어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구본형 선생님의 책들
- '익숙한 것과의 결별'
-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 '개정판 |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 ' 깊은 인생'
-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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