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소소한 일상/일상의 소소한 일들

르브론 제임스의 대기록 경신 (역대 NBA 득점 1위 등극!)을 보면서

Happy Guy in SV 2023. 2. 9.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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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 후에 집에서 편안한 자세로 TV를 보고 있는데,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들이 갑자기 르브론 얘기를 하면서 빨리 농구를 봐야 한다고 하는 거다...... 다들 그렇겠지만 고등학교 다니는 큰 아들이랑은 집에서 대화를 할 일이 많이 없다. 대부분이 자기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으며, 자기 방에 들어오는 것, 말을 거는 것을 모두 잔소리로 여기기 때문에....

그런 큰 아들이 먼저 농구를 봐야 한다고 말하니 일단 그러자고 했다. 사실 어릴때 부터 아들과 가장 큰 공동의 관심사는 농구였다. Golden State Warrior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홈인 이곳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2000년 이대 이후 야구, 농구 모두 강세였다. 자연히 아이들은 농구에 빠져들었고 워리어스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농구를 좋아하고 한국 농구뿐만 아니라 미국의 NBA도 자연스럽게 접한 세대이기 때문에 아들과 나는 농구라는 공동의 관심사가 있었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서 챔피언 결정전이나 아이들과 같이 챙겨보는 수준으로 바뀌었고, 그렇게 크게 농구를 챙겨보지 않았는데,....아들이 갑자기 르브론이 역대 기록을 깬다고 하면서 3rd 쿼터 경기를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역대 득점 1위는 카림 압둘자바......3쿼터를 앞두고 르브론은 18점을 더 넣으면 되었다. LA lakers팀은 오클라호마에게 열나게 깨지고 있었고 (뭐 LA가 깨지는 건 내 관심사는 아니지만).... 왠지 기록이 깨질까 하는 마음으로 봤다....

그런데 '금강불괴'라고 불리는 르브론은 결국 해내더라......그걸 보면서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대 득점 1위라는 레전드가 되어서 부러운 게 아니고, 엄청난 돈을 더 벌게 되어서 부러운 게 아니고.... 뭔가의 목표를 잡고 수십 년을 노력해서 결국은 해냈다는 스스로 느끼게 될 자부심과 자부심이 부러웠던 것이다..... 나도 저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반성하게 되었다. 

또 인상 깊었던 것은...키가 껑충한 노인이 된 카림 압둘자바가 르브론에게 농구공을 전달하면서 (이제는 네가 1위다 그런 의미인 것 같다), 계속 검지 손가락으로 르브론을 가리키면서 '원'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압둘자바는 지난 40년 동안 통산 득점 1위였다고 한다..... 그런 40년의 기록을 이제는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는데 너무도 대범하게 넘버원이라고 말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다. 

https://www.nba.com/news/lebron-james-scoring-tracker

바로 위의 사진이다. 압둘자바가 이젠 르브론이 1위라는 의미로 계속 손가락으로 1을 가리키고 '원 원'하고 말하는게 계속 TV에 잡혔다.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우연인지 최근에 르브론에 관한 책을 읽었다. 

[주식회사 르브론 제임스]라는 책인데, 이 책을 통해서 르브론이 농구 뿐만 아니라 사업적으로 엄청나게 노력하고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농구하고 광고 찍고 부자인 건 알았지만, 어릴 때부터 개인 사업을 하기 위해서 그렇게 노력을 한 줄은 몰랐다. 그리고 제이지 와의 친분도 이 책에 소개가 되었는데, 어제 TV에서도 제이지와 포옹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 포옹의 의미가 뭔지 몰랐을 텐데, 확실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 둘은 끈끈한 사업 파트너였던 것이다. 

 

https://www.nba.com/news/lebron-james-scoring-tracker

 

위의 표를 보면 이제는 르브론이 당당하게 역대 통산 득점 1위인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시대의 영웅인 마이클 조던 (5위...은퇴를 하지 않고 계속 뛰었다면.....), 이제는 고인이 된 코비 브라이언트 (4위), 어깨 깡패 칼 말론 (3위) 도 제치고 이제는 당당히 1위이다. 대단하다는 생각뿐이다. 

전혀 생각도 안했고, 알지도 못했는데 아들 덕분에 역사의 한 순간을 TV로 나마 생중계로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리고 점점 아들과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데 (이제는 곧 대학을 가니까), 좋은 추억 하나를 만들 수 있어서 감사하다. 

경기가 끝나고 아들이 그런 말을 한다. " 저 경기장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 Lucky 하네"...

그 말을 듣고 왠지 마음이 짠했다. 그래서 바로 말했다. "우리도 3월에 워리어스 경기 보러 가자".... 그랬더니 평소에는 대답도 안 하던 아들이 냉큼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예약을 하려고 티켓을 알아본다....

그리고 한 마디 한다...

"아빠, 아주 높은 자리 (경기장 바로 앞 말고)도 한 사람당 최소한 $350은 줘야 하는데? 우리 가족 4명이 가면 택스까지 $1500 넘는 거 같은데?"

"응 그래?...........:"

평소와 같이 우리의 대화는 여기서 또 단절이 되었다....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