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소소한 일상/북 리뷰

<<파이어족의 재테크>> (신현정, 신영주 저)

Happy Guy in SV 2021. 7. 27. 16:01

오늘 리뷰할 책은 '대퐈마' 자매로 잘 알려진 신현정, 신영주 두 분이 쓴 파이어족의 재테크이다. 즐겨 듣는 '월급쟁이 부자들' 팟 캐스트에서 두 분이 출연하신 편을 들은 적이 있다. 신기하게도 자매가 같이 은퇴를 해서 한 집에서 파이어족으로 살고 있는 것이 신기해서 기억에 남는다 (아무리 친해도 자매가 은퇴해서 같은 공간에 있기가 쉽지 않을텐데...). 

나는 미국에 살지만, 리디북스의 셀렉트라는 한 달에 $6.99를 내는 (지금 가입을 하면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한다) 프로그램에 가입이 되어 있어서 셀렉트에 올라온 책은 마음대로 읽을 수 있다. 일종의 한국판 킨들 언리미티드라고 보시면 된다. 거의 똑같다. 예전에는 한글 책을 보려면 말 그대로 비행기로 책을 공수해 와서 봐야 했다. 당연히 책 값은 약 40-50% 이상 비쌌고, 일주일 정도는 최소한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리디북스를 이용하고 나서는 한국에 있는 분들과 똑같은 가격에 책을 볼 수 있다 (사랑합니다. 리디북스!). 

어제 리디북스 셀렉트를 보는데 [파이어족의 재테크]라는 재미있는 제목을 발견하고 단숨에 읽었다. 저녁에 와인을 한잔하고 기분 좋게 알딸딸한 느낌으로 빠르게 책을 읽었다. 워낙 Finance와 파이어족에 대해서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많았고, 한국의 파이어족은 어떻게 계획을 세우고 행동을 하는지 볼 수 있었다. 일단 책에서 느낀 점과 공유하면 좋은 점을 몇 가지 정리하고자 한다. 

 

Source: http://www.yes24.com/Product/Goods/95715751

 

1. 파이어족이란 무엇인가?

파이어라는 뜻은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FIRE)의 약자이다. 즉, 빨리 재정적으로 독립을 해서 조기 은퇴를 하는 것을 뜻한다. 왜 가끔 그런 얘기 들어보지 않았는가? "현재 미국에서는 이것이 한창 유행이고 상당히 잘 알려져 있다" 등의 내용. 파이어라는 개념이 미국에서 생긴 것은 맞다. 하지만, 주위에서 특별히 크게 '유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까지는 못 받았다. 최소한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나, FIRE 할 거야.' 혹은 '나 FIRE 준비하고 있어' 등의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관심이 있기에 여러 가지 책을 찾아보았고, 이제는 한국에서도 파이어족에 대한 책이 이렇게 유행을 타고 있는 것 같다. 

 

2. 파이어족이 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에서 파이어족의 내용과 정의에 대해서 잘 나와있다. 간단히 얘기하면 빠른 시일 내에 평생 나머지 쓸 금액을 모으고, 혹은 재정적 시스템을 만들고 은퇴하는 것이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여생을 보는 것이 바로 파이어족의 목표이다. 그것도 이른 나이에 말이다. 특별히 나이의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40대 이전이나 40대 초반에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3. 그럼 파이어족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내 의견보다는 이 책에서 권하는 내용에 의해서 설명을 하면 다음과 같다. 일단 시드머니를 모으기까지는 무조건 아껴라. 괜히 섣부르게 투자하지 말고 무조건 모으라. 대신 그동안 공부를 하고 (부동산이나 주식 등등)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이 책에서는 1억 정도를 얘기하는 것 같다), 그때 나름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부동산 1/3, 주식 1/3, 현금 1/3) 은퇴를 하고 그 지출 금액을 잘 관리해서 남은 인생을 재정적 어려움 없이 살아가면 된다. 그게 이 책에서 강조하는 내용이다. 뭐, 이 내용도 나쁘지는 않지만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절약하고 투자해서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면 될 것이다. 처음에는 절약에 집중해야 한다는 부분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4. 얼마를 모아야 파이어족이 가능해지나?

이 책의 두 자매는 5억을 모아서 은퇴를 했다고 한다. 5억이라..... 누군가에게는 큰 금액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은퇴하기에는 너무 적은 금액일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사는 나에게는 사실 현실적이지 않은 금액이다- 여기의 물가는 대략 한국의 3배 이상이라고 보시면 된다). 일반적으로 파이어족이 되려면 1년 생활비의 25배를 모으면 은퇴가 가능하다고 많은 책에서 얘기를 한다. 이 책 역시 1년 생활비의 25배를 모으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1년의 생활비는 그렇게 모은 금액의 4% 안에서 인출을 하도록 얘기한다. 이 책에서 권하는 많은 내용이 실제로는 미국의 많은 파이어 관련 책의 숫자와 일치를 한다 (뭐 파이어 운동이 미국에서 시작을 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서 얘를 들어보자. 두 명의 부부가 있다고 하자. 1년 생활비는 대략 3천만 원이라고 가정하자 (여기서 생활비는 최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너무 부족하지도 않고 너무 과하지도 않은 선에서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그럼 25년 생활비는 7억 5천만 원이다. 파이어족들이 말하는 은퇴 가능 금액은 7억 5천이 되는 것이다. 7억 5천만 원의 4%가 바로 3천만 원이다.

그럼 여기서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40에 은퇴를 해서 파이어족이 되었다면 4%씩 은퇴 연금에서 빼서 쓰면 25년에 0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럼 65세부터는 뭘 먹고살아야 하나?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파이어족에게는 7억 5천만 원을 단순히 현금으로 가지고 있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투자를 해야 되는 것이다. 다만 그 투자의 수단이 부동산이 될지, 주식이 될지, 현금이나 코인 등이 될지는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 결정이 잘못되는 순간 40대 은퇴를 하고 60에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할 수가 있다. 따라서 제대로 투자를 해야만 지속적인 은퇴가 가능하다. 

 

5. 생활비의 25배, 파이어족이 될 수 있는 은퇴 연금을 모았다.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하나?

이 책의 저자들은 부동산도 가지고 있고, 주식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 그리고 책에서 인세가 나오고 유튜브에서도 수익이 나올 것이다. 더구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여기저기서 강연 의뢰가 들어오니 강연료까지 생길 것이다. 은퇴를 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렇게 할 수 없을 수도 있고, 이렇게 하기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반적인 미국의 파이어족들은 미국의 시장을 추종하는 ETF에 투자하는 것을 권한다. 물론 이것은 완벽한 정답일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 10년 혹은 20년간 ETF의 성적을 보면 수긍이 간다. 

ETF에 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지난 블로그를 참고하시기를 바란다. 

 

https://storyinsv.tistory.com/243?category=1201206 

 

워런 버핏이 선택한 바로 그 ETF!

워런 버핏의 이름에 대해서는 주식이나 투자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최소 한 번씩은 들어봤을 것이다.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현재 생존하는 주식 투자자 중 최고라고 불리는 사람. 뉴욕의

storyinsv.tistory.com

https://storyinsv.tistory.com/242?category=1201206 

 

성장주 ETF vs 배당주 ETF

매일 Yahoo Finance에서 기사를 확인하고, 그중에 관심 있는 기사를 읽는 것이 요즘 하루의 소소한 행복 중에 하나이다.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에 관심이 많고, 나와 우리 가족의 경제적 자유 달성뿐

storyinsv.tistory.com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보자. 25년간의 생활비를 모았고, 1년에 4%만 인출을 해서 생활을 하면 영원히 추가 수입이 없이 은퇴 생활이 가능한가?

제대로 투자를 했고,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경제적 혼란이나 재앙이 있지 않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위의 블로그를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시장을 추종하는 ETF, 즉 예를 들어 S&P500 ETF는 지난 10-20년의 연 수익률이 10% 전후가 나온다. 단기적으로 1-2년의 시장은 더 수익이 날 수도, 아니면 아예 마이너스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10-20년의 장기 투자를 보면 6-7%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즉, 위에서 7억 5천을 예로 들었는데 매년 평균적으로 6-7% (현실적으로는 지난 20여 년간 대략 10%의 수익이 나왔다) 이상만 수익이 나면, 매년 4%만 인출을 해도 원금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난다. 그리고 배당이 나오는 배당주에 투자를 했다면 그 배당까지 같이 복리로 투자를 해서 원금은 계속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주식이 되었든, 부동산이 되었든 본인이 제일 잘 알고 확신이 있는 곳에 투자를 하고 연간 4% Rule을 따른다면 장기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6. 본인이라면 어떻게 투자를 하겠나요?

책의 리뷰를 한다면서 자꾸 내 개인적인 의견이 들어간다.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고 그동안 많이 공부했던 분야라서 그런 것 같다. 나라면 일단 내 집은 먼저 마련을 할 것 같다. 연 생활비의 25배 안에는 주거비용도 들어간다. 누군가에게는 월세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모기지가 포함될 수 도 있다. 하지만 미래의 월세나 전세 비용은 계산하기가 어렵다. 변수를 최소로 줄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자신의 집을 먼저 마련하고 파이어족을 꿈꾸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리고 그 외의 자산은 위에서 말한 S&P500을 추종하는 ETF를 중심으로 투자를 할 것 같다. 다만, 성장주와 배당주 ETF를 5:5 정도로 구성을 해서 연간 충분한 배당과 미래의 주가 상승을 동시에 노리도록 하겠다. 또한 항상 그렇지만 현금의 비중이 전체 포트폴리오 중에 일정 비율 (예를 들어 1년 생활비)이 꼭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에 현금처럼 인기가 없는 것이 없다. 돈이 인기가 없다고? 그렇다. 인플레이션이 큰 문제로 떠오르면서 다들 현금을 계좌에 가지고 있으면 큰일이 나는 줄 안다. 그 돈으로 차라리 부동산을 사거나 주식을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라고 많이들 물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현금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반드시 최소 1년 생활비는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나중에 어떤 위기가 왔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7. 파이어족이 되면 주의해야 할 사항은?

개인적으로 파이어족에 관심이 많은데, 정확히 말하면 경제적 은퇴에 관심이 너무 많다. 즉, 월급을 비롯한 다른 사람의 결정에 좌우되는 소스 말고,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경제적 소스나 파이프라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난 1년간 개인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은퇴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거의 고정적이 수입이 없었고, 은퇴나 휴가의 개념은 아니었지만 고정적인 활동이나 수입이 없다 보니 하루에 멍하게 있는 날들이 많았다. 코로나 상황까지 겹치면서 미팅을 해도 집에서 줌으로 하게 되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쉬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지난 1년의 경험이 은퇴나 파이어족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파이어족을 꿈꾸는 것은 은퇴하고 마냥 놀고 쉬는 것이 목적은 아닐 것 같다. 만약 그게 목적이라면 1년 정도 하고 나면 질릴 것이다. 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하루의 아무런 목적 없이 그냥 하루 세끼 먹으면서 지내는 것은 전혀 재미있지 않았다. 나 역시도 사업을 준비하면서 미리 1년 정도 수입이 없을 것을 예상하고 재정적으로 준비를 했기 때문에 재정적인 압박은 크지 않았다 (가족의 최소 생활비는 나올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미리 구축을 해 놨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돈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았음에도 하루하루 큰 목표 없이 보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너무 지루하고 힘들었다. 따라서 조기 은퇴를 하거나 파이어족이 되려는 분은, 은퇴 이후에 무엇을 할지 먼저 정하시기를 강력하게 추천드린다.

지금은 다시 바쁜 실리콘밸리의 직장인으로 돌아갔지만, 지난 1년의 경험은 나에게 은퇴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경제적으로 독립을 이루었어도 아무런 목적이나 계획이 없는 은퇴는 또 다른 괴로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모르고, 해야할 일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지루하고 괴로운지 절실히 알게 되었다). 1년 간의 공백 이후에 회사에서 사람들과 같이 얘기하고 미팅하고 함께 시간을 지내는데... 갑자기 이게 사람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너무 괴롭고 힘들었던 순간들이었는데...이게 바뀌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1년 정도 지나면 또 은퇴 같은 생활이 그리워질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조기 은퇴를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그만큼 남아도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하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 것 같다. 

 

8. 정리하면서

책 리뷰를 한다면서 내 개인적인 생각과 책의 내용은 한데 버무린 것 같다. 하지만 파이어족이나 조기 은퇴를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특히 이와 관련해서 아무런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분들은) 한 번은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말했듯이 은퇴를 계획하는 분들은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다. 즉 많은 분들이 "얼마가 있으면 은퇴가 가능해요?"라고 묻는데 의미가 없다. 각자의 생활이 다르고 사는 곳이 다른데 어떻게 금액이 같을 수 있겠는가? 이 책에서도 말했듯이 연 생활비의 25배를 모으고, 그 뒤에 잘 투자한 뒤 (6-7% 이상의 수익이 나는 곳에) 1년에 4% 정도만 인출해서 생활한다면 충분히 파이어족이 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두 명이서 한 달에 200만 원 정도의 금액으로 생활이 가능하다고 계산을 했다. 반면에 물가가 너무 비싼 여기 미국 서부에서는 그 정도의 금액이면 집 값 포함해서 1 주일 정도 생활하기도 쉽지 않다 (그만큼 물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따라서 절대적인 금액에 집착하지 말고 본인의 상황에 맞춰서 은퇴 금액이나 계획을 정하면 이상적일 것이다. 그리고 아직 VOO, VYM, QQQ, VTI 등의 미국 ETF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은 위에서 소개한 블로그 글도 읽어 보시기를 추천한다. 파이어족이 되려면 부동산과 주식 투자는 같이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식이란 너무 위험 요소가 많기에 직접 투자보다는 ETF에 대해서 공부해 보고 투자하는 전략을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고 있는 것이다. 워런 버핏도 본인이 죽으면 와이프에게 전 재산을 ETF에 투자하라고 유언을 남긴다고 하지 않는가?!!

파이어족에 대해서 생소하고 뭔지 알고 싶은 분들에게는 [파이어족의 재테크] 가 첫 책으로 무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