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소소한 일상/북 리뷰

<<절제의 성공학>> (미즈노 남보쿠, 바람 출판사)

Happy Guy in SV 2020. 10. 3.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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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한국 사람들에게는 과거 역사 때문에 결코 편하게 대할 수 없는 나라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일본을 방문하고 (일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이고), 일본의 소설이나 영화 등이 꾸준히 한국에서 사랑받는 것 같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다. 그 분이 쓴 상실의 시대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그분의 팬이 되었지만, 실제로는 그분이 쓴 에세이를 더 즐겨 읽는다. 하루키의 생각을 좋아하고, 자기 나라인 일본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일본의 책들은 한국인과 정서와 비슷하면서도 뭐가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나온 경제서, 자기 계발서 등은 종종 읽는다. 오늘 소개할 절제의 성공학역시 명작이라고 생각된다. 아주 오래전에 일본의 미즈노 남보쿠 (1760-1834) 라고 하는 관상가가 남긴 책인데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많다. 간단하게 말해서 먹고 마시는 것을 절제하는 것이 인생을 성공하는 비결이라는 내용이다. ‘그게 뭐야? 우리가 다 아는 내용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가슴에 와 닿는 울림이 다르다.

 

저자인 미즈노 남보쿠는 어린 시절 꽤 말썽을 많이 부렸던 난봉꾼이었던 것 같다. 사고도 많이 치다가, 18세에 도둑질로 해서 감옥에 가게 된다. 감옥에 있는 시간 동안 남보쿠는 감옥에 있는 사람들의 생김새가 밖에서 보던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이렇게 느끼고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스스로 억울하다고 생각하거나, 하루 빨리 감옥에서 나갈 궁리만 할 것이다. 그러나 남보쿠는 이러한 관찰을 통해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감옥을 나온 뒤에 관상가를 찾아가니, “1년 안에 칼 맞아 죽을 상이다라는 얘기를 듣고 절의 스님을 찾아가게 된다. 스님은 “1년 동안 보리와 흰 콩으로만 식사를 하면 그때 받아주겠다는 알쏭 달쏭한 말을 하지만, 남보쿠는 그대로 실행한다. 그런데, 그렇게 1년을 보리와 흰콩으로만 먹은 뒤 다시 관상가를 찾아가니, 관상가가 크게 놀라며 관상이 완전히 바뀌었다라고 얘기한다. , 식사를 절제한 것 만으로 죽을 관상이 좋은 관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 남보쿠는 관상을 공부하기 위해서 3년간 사람의 머리를 만지고, 다음 3년은 목욕탕에서 일하며 사람의 벗은 모습을 공부했다. 마지막 3년은 화장터에서 일하며 죽은 사람의 골격과 상을 연구했다. 이렇게 9년간의 수업을 마치고 남보쿠는 관상가로 이름을 날리게 되며 명예와 부를 얻게 된다. 아주 큰 부자가 된 뒤에도, 남보쿠는 보리밥과 11채의 간소한 반찬으로 평생 식사를 했다고 한다. 쌀은 전혀 먹지 않았고 쌀로 만든 떡까지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말이야 쉽지, 평생의 노력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이 식사를 절제하면서 한 평생 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엄청난 양의 절제와 인내심이 있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에는 이렇듯이 먹는 것에 대한 절제, 그 외 일상 생활에서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 절제를 강조한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그 풍족함 속에서도 상대적 빈곤과 박탈을 느끼는 요즘, 꼭 읽어볼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법정 스님의 책들을 좋아했던 분들은 이 책도 좋아하시리라 생각된다.

 

이번 책도 리디북스의 페이퍼 App을 컴퓨터에 다운로드해서 읽었다. 가장 좋아하는 기능인 독서노트를 통해서 책에서 형광펜 칠한 부분을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다.

 

다음은  책에서 감명 깊게 읽은 몇가지 구절이다.

1. “ 왜 진정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줄 아시오? 왜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줄 아시오? 언제나 작은 성공에 술과 고기를 즐기고, 스스로 조그만 성취에 취하여 놀 줄은 알아도, 진정으로 혼신을 다해 일할 마음은 없기 때문이오.”

많이 찔리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감사하게도 작은 성공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무언가를 도전하려 하고 있으며 진정한 성공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남보쿠가 얘기했듯이 작은 성공에 도취되어서 초심을 잃고 자만심에 빠진 것이 가장 후회가 된다. 지금 보면 주위의 도움과 작은 운이 결합된 일이, 스스로 잘나서 그렇게 된 거라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성공에 도취 되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소홀히 한 것이 아쉽다. 남보쿠가 말하는 이 부분은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느끼시는 바가 깊을 거라 생각된다.

 

2. “ 뜻을 이루기 전에는 하늘로부터 시련이 내릴 수도 있소. 하늘이 시련을 내리는 이유는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큰 뜻을 더욱 단단하게 하려 함이오.”

요즘에 코로나 때문에, 경기 침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힘들다. 너나 할 것 없이 많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이다. 남보쿠가 말한 이 구절은 사실 다른 중국의 철학서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누가 말했으면 어떻고 그 기원이 어딘지 따져서 무슨 소용이 있는가? 크게 성공한 사람 중에, 큰 시련 없이 처음 부터 끝까지 탄탄대로는 간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아마 너무 쉽게 성공을 했다면 아예 큰 실패나 시련도 없는 작은 일일 것이다. (나를 비롯하여) 지금 큰 도전을 앞두고 있거나, 시련을 견디는 시기에 있다면 남보쿠의 이 말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다음 한 발만 더 내디디면 될 것이다. 한번에 한 발씩만. 그것만 생각하자.

 

3.  자신은 절제를 위해서 술을 금하고 있다 해도, 아랫사람들까지 똑같은 절제를 시켜서는 안 됩니다. 절제는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지키기는 쉽지 않다. 남보쿠는 그 옛날에도 갑질금지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제일 안 좋은 것이 나는 안 하면서 남에게 하라고 하는 것. 그 다음이 나도 하니까 남도 하라고 하는 것. 제일 어려운 것이 나는 비록 엄격하고 하고 있지만 남에게는 너그럽게 봐주는 것. 잘못하면 요즘 말로 호구되기 쉬운 일인 것 같기도 하고, 호의가 지나치면 당연하게 된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남보쿠가 하는 말을 진심으로 이해한다면, 외유내강쯤 될 것 같다. 자신이 엄격히 지키고 남에게 굳이 강요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정말로 훌륭한 인생을 살아간다면 주위에서도 따라하지 말라고 해도 따라 할 것이다.

 

4. “사치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사람이 검소하면, 이는 더욱더 자신을 빛내는 일이며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게 됩니다.”

이 말도 요즘 생각과는 좀 다를 수 있겠다. 소확행, 욜로 등이 대세가 되는 세상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상황에서 그것을 자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평생 어렵게 번 것을 아끼고 아낀다면 결국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 (자식, 친척, 혹은 세금-정부)이 누리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 역시도 할 수 있는데 자제를 한다는 것은 결코 남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결국은 나와 내 가족을 위한 것이다. 돈이 많다고 해서 맛있는 음식을 매일 먹는다면? 그게 맛있게 느껴질까? 돈이 많다고 많은 고급차를 사서 끌고 다니면 그 기분이 얼마나 오래 갈까? 정말로 능력이 있다면 언제든지 원할 때 할 수 있으니까 남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비밀을 간직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색하게 혹은 궁색하게 살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저 평범하게 모자람 없는 듯하게 지내면 될 것이다. 사치를 하거나 무리를 해서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다 누리려고 하면, 반드시 그 대가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사실, 이 책의 노트는 이 외에도 약 100개 정도의 문장이 담겨져 있다. 이 모든 것을 다 소개할 수 없으니 꼭 이 책을 직접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별 5개, 만점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