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소소한 일상/일상의 소소한 일들

난생 처음 앰뷸런스타고 응급실 (ER) 실려간 이야기-I

Happy Guy in SV 2021. 4. 11. 16:01
반응형

살면서 큰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어디 사람 사는 일이 그렇게 되는가? 제일 조심해야 할 것이 건강이나 사고일 것이다. 주변에도 별 일 없었느냐고 묻고 항상 조심하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크고 작은 사고는 늘 있게 마련이다. 

 

딱 일주일 전에 부활절을 앞둔 토요일이었다. 평소처럼 오전에 운동을 하고 평온한 토요일 오전과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이 날은 부활 전날이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로 외출을 거의 삼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녁에 중요한 약속이 있었다. 나름 기대하는 마음으로 부활절 전야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후부터 뭔가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나는 고혈압이 있다. 우리 어머님도 그렇고, 가족에 고혈압의 가족력이 있는 것이다. 살면서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거의 7-8년 전에 발치를 하기 위해서 치과를 갔다. 한국 처럼 동네에 치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거의 1시간을 걸려서 다니던 치과를 간 것이다 (미국에서는 뭔가를 하기 위해서 30분-1시간을 차로 이동하는 일은 흔한 일이다). 그런데 혈압을 재더니 발치를 못한다고 그냥 가라는 것이 아닌가? 바쁜 직장 생활 중에 겨우 시간을 내서 1시간이나 차로 가서 치과 치료를 받으려고 하는데, 그냥 가라나? 황당했다. 왕복 2시간 이상을 그냥 허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좀 우겼다. 그냥 발치를 해 달라고...그런데 치과 의사가 오더니 절대로 안된단다. 그 이유는 혈압이 높으면 잘못하면 발치 뒤에 쇼크가 올 수 있고, 환자가 소송을 걸면 자기가 다 책임을 져야 한단다. 예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에 내 혈압은 150-100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정상 혈압은 120 (수축기)-80 (이완기) 정도 였다. 그 예전부터 어느 정도 혈압이 높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까지 높은지...그리고 발치도 할 수 없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당시 치과 치료를 받기 몇 년 전에도 담당 의사 (Primary Physician)에게 혈압이 높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하지만 그때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이고, 운동과 체중 조절을 통해서 혈압을 어느 정도 낮춘 상태였다. 그래서 몇 년 지내다가 어느 날 혈압이라는 문제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결국 그날 치과 치료를 받지 못했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담당 의사를 만나서 혈압약을 처방 받고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혈압이 120-80 근처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1-2년 정도 열심히 혈압약을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당시 유행했던 간헐적 단식을 통해서 체중도 많이 줄였다. 매일매일 아마존에서 주문한 혈압계를 이용해서 혈압도 체크했다. 그렇게 식단과 운동을 병행했더니 굳이 혈압약을 먹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의사와 상의 없이 그냥 어느 날 혈압약을 끊었다. 그리고 매일 혈압을 체크해 갔다. 대부분의 혈압은 130-145 에서 90-98 정도였다. 물론 정상보다는 높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높다고 보이지도 않았다. 거의 매일 운동을 했으며 체중도 그렇게 불지 않았기에 이렇게 조절을 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4-5년을 보냈던 것 같다. 바로 지난 주 토요일까지 말이다.

 

다시, 지난 토요일 얘기로 돌아가보자. 부활 전날 오후에 뭔가를 쭈구리고 앉아서 작업을 했다. 사실 살면서 바닥에 앉아서 뭔가를 할 일은 별로 없다. 그런데 뭔가를 조립해서 위해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작업을 하는데...한 20분이 지났나? 갑자기 혈압이 상승한다는 느낌이 왔다. 

"어 이게 무슨 느낌이지? 뒷골이 당기는 것 같기도 하고...뭔가 띵하기도 하고..."

말로는 정확하게 표현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뭔가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하던 일이니까 모두 마치고 자리에 앉았는데...혈압을 재야 할 것 같았다....그리고 혈압을 쟀더니....158-110 정도가 나온다.....158-110? 이 정도의 수치는 거의 본 적이 없는데? 사실 집에서 쓰는 휴대용 혈압계는 병원에서 쓰는 것보다는 5-10 정도가 적게 나온다는 것이 내 경험이다. 즉, 집에서 140-95가 나오면 실제 혈압은 150-105 정도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집에서 쟀을 때 158-110이면 뭔가가 많이 이상했다....

 

그래도, 뭐 몸이 아주 이상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냥 약간 멍한 느낌이랄까? 당시가 저녁을 먹기 직전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저녁을 먹고 외출을 해야 했다. 중요한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저녁을 든든히 먹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외출 전에 마지막으로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고 머리를 다듬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는데.....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 밀려왔다. 뭔가가 띵하다는 느낌보다는 훨씬 강한 느낌이었다. 뭔가가 이상했다. 그리고 혈압을 다시 쟀는데 수축기 혈압이 170을 넘는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숫자이다. 매일 혈압을 쟀기 때문에 내 정상 혈압 범위를 알고 있었는데 170이라니? 그때 갑자기 몸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런 느낌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때 갑자기 얼마 전에 심장 수술을 받았던 지인이 떠올랐다. 아는 지인이 출근길에 쓰러져서 얼마 후 심장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다. 심장으로 가는 혈관 하나가 막혔는데, 다행히 아주 급성은 아니었나 보다. 쓰러지고 나서 1-2주 있다가 수술을 받을 걸로 봐서는. 그때 그분이 말하기를 갑자기 멀쩡히 출근을 하느라 길을 걷는데...숨이 너무 가빠지고 혀가 뒤로 말리는 느낌이 들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단다. 

 

내 몸이 떨리기 시작하고 혈압이 엄청 높아가고 있는데...그 지인의 말이 생각이 났다. 

"아, 뭔가가 이상하다. 911을 불러야 되겠다"

나는 평소에 병원을 잘 가지 않는다. 병원에 가봐야 뭐 특별한 일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감기에 걸렸다고 주사를 맞는 일은 거의 없다. 따라서 뭐 특별한 일이 아니면...병원 가봐야 결국 집에 있는 약을 먹게 되니까 잘 안 간다. 

그런데, 이 날은 그럴 수가 없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왔다. 지금 병원을 가야 된다는...그래서 와이프에게 911을 불러 달라고 한 뒤에 기다렸다. 심장은 계속 뛰었고, 멍한 느낌은 이제 가슴을 누르는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한 7-8분 기다렸을까? 911 소방 대원들이 들어왔다. 물론 그들도 나도 마스크를 끼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와이프가 전화로 어떤 상황인지 미리 그쪽 상황실에 알려줬었다. 

그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내 이름을 묻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고 등등...의식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하는 거다. 다행히 의식은 제대로 있었기 때문에...그리고 팔다리에 감각이 없는 곳이 있는지...묻는다. 즉, 뇌졸중의 기본 사항을 체크하는 것이다. 나 역시도 뇌경색이나 뇌출혈 등이 겁났기 때문에 911을 부른 것이다. 다행히 감각은 정상이었고, 나의 발음도 정상이었고, 특별한 다른 이상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뒤에 바로 그 분들이 혈압을 쟀다. 그렇게 나온 혈압은 무려 190-130......내 혈압이 190까지 올라가다니...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고 나서 그분들은 내 웃통을 까고 몸 여기저기에 전선 같은 것을 붙였다. 그러고 나서 바로 심장 심전도를 체크하고 시작했다. 심장이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심장의 심전도 패턴을 확인하면 심장이 제대로 작동을 하는지 확인을 할 수 있다. 만약에 위에서 언급했던 내 지인처럼 심장의 혈관이 막혔다면 심전도가 이상하게 나왔을 것이다. 즉, Stroke가 있는지 확인을 했는데...다행히 심전도는 정상이었다. 이것저것 확인을 한 뒤에 911 소방 대원은 나에게 큰 일은 없을 것 같다고...심장은 정상이고 아마도 혈압이 급격히 상승을 해서 그런 것 같으니 걱정하지 말란다. 다만, 확실한 검사를 위해서 병원 응급실 (ER, Emergency Room)으로 가서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하니까 앰뷸런스를 불렀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도 그렇지만, 그때는 참 어처구니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밖으로도 잘 못 나가는데 마스크를 쓰고서 몸의 여기저기에 전선을 연결해 있지....911 대원들은 신발 신고 집으로 들어와서 이것저것 검사를 하고 있지...(미국이니까 그분들이 신발을 신고 들어온 것은 뭐 당연하다)....아이들과 와이프는 놀란 눈으로 걱정하고 있지.....갑자기 이렇게 혈압이 치솟은 이유를 도저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때는 제발 심장이나 다른 곳에 별 문제가 없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한 10여분이 또 지나고 앰뷸런스가 도착을 했다. 태어나서 처음 타는 앰뷸런스였다. 사실 걸어서 앰뷸런스를 탈 수도 있는데..꼭 침대에 누우란다. 그리고 벨트로 고정을 한 뒤에 누운 상태로 집 밖으로 나가서 앰뷸런스에 탔다. 내가 뭐 큰 잘 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이상한 것도 아닌데...왠지 주위의 이웃들이 이 모습을 볼까 봐 너무 창피했다. 그리고 앰뷸런스를 난생처음 타면서 어릴 때 우리 큰 애를 데리고 앰뷸런스를 타면서 병원에 가던 때가 생각이 났다 (그때도 다행히 큰 일은 없었다). 더군다나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도 응급실에 동승을 할 수 없단다. 와이프가 따라나서려고 했지만 응급 대원들이 제지를 했다. 코로나 때문에 본인 이외에는 아무도 같이 갈 수 없다고. 그래서 전화기 충전기랑 이것저것을 챙기란다. 혹시 입원이 길어질 수 있으니까....

 

한숨이 나왔다. 지금 이 코로나 시기에는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그렇게 좋은 타이밍은 아닌 것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생각해보니 앰뷸런스에서 나름 괘씸한 (?) 일이 있었다. 블로그 글이 너무 길어지니까 2편에서 앰뷸런스 얘기와 응급실 얘기에 대해서 쓰도록 하겠다. 

앰뷸런스에서 주사를 맞은 곳은 일주일도 더 지난 지금까지 멍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