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소소한 일상/미국에서 비즈니스 하기

스타트업 투자- <인공 치즈 (비건 치즈) 회사>

Happy Guy in SV 2020. 7. 7. 00:27
반응형

사람들의 먹거리를 다루는 스타트업은 항상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특히 인간 건강 증진이나 글로벌 식량문제, 혹은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회사의 경우 많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만약에 기존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꾼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오늘 말하려고 하는 스타트업은 인공적으로 치즈를 만드는 회사이다. 소의 우유로 만드는 치즈가 아니라 미생물을 발효시켜서 인공 치즈 혹은 비건 치즈를 만드는 것이다. 이 회사의 얘기를 듣자마자 떠오르는 한 회사가 있었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 회사를 떠올렸을 것이다.

 몇 년 전에 실리콘밸리의 핫한 스타트업 중에 인공적으로 소고기를 만드는 Impossible Foods 이다. 이 회사는 Patrick O. Brown이라는 스탠퍼드 교수가 만든 회사인데, 이 분이 우리가 들어봤던 DNA chip혹은 마이크로어레이의 아버지 같은 분이다. 지금은 많이 쓰이고 있지 않는 기술이지만, 내가 대학원에 입학했던 1990년대 말에는 DNA chip이 붐이어서 이 분이 쓴 책을 가지고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다. , 휴먼 게놈 프로젝트와 맞물려서 바이오의 아이콘 같았던 분이 계속 관련 연구를 하지 않고 2011년 인공 소고기를 만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을 것이다.

소고기를 이용하지 않고 식물의 재료를 가지고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공 소고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이었을지도 모른다. 과연 똑같은 맛을 낼 수 있을까? 고기의 식감은 그렇다고 쳐도 소고기 특유의 풍미를 똑같이 만들 수 있을까?

사람들은 고기 비린내를 싫어한다고 하지만, 실제 인공 고기가 있을때 그것이 실제 고기의 좋은 점이든 나쁨 점이든 비슷하지 않으면 싫어하게 되어있다. , 좋던 나쁘던 똑같이 만들기를 바라는 것이다. 몇년 전에 이 회사의 과학자가 햄버거용 소고기 패티를 성공시킨 뒤에 인터뷰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가장 어려웠던 점이 소고기의 피 비린내를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였다고 말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생각보다 고기 맛과 식감은 비슷하게 나왔는데, 마지막 미세한 소고기의 풍미를 찾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지금은 세이프웨이를 비롯하여 미국의 여러 그로서리 마켓에서 Impossible Foods의 소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이 패티를 이용한 여러 햄버거도 시중에 팔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쉽게도 나는 아직 먹어보지는 못했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성공적이라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일반 소고기 보다 비싼 가격과 아직 대중적이지 못한 점은 회사가 앞으로 차차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이런 비건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바로 환경과 도덕적인 문제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더 맛있는 소고기를 생산해 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가급적 비슷한 맛을 내되, (가격이 월등히 비싸더라도), 실제 소를 사육하지 않는 것이다. 고기 소를 사육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물이 (물 부족 국가를 떠올려보라. 아니 이곳 캘리포니아만 해도 물 때문에 매년 난리다) 필요하다. 그리고 이산화탄소의 상당량이 사육되는 가축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런 환경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비건 (채식) 문화가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먹기 위해서 살아있는 생명을 사육하는 것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닌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런 비건 문화나 스타트업은 많은 각광을 받고 있고 일부는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 다시 오늘 소개하려고 했던 비건 치즈 스타트업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이 회사의 투자 권유를 받았을 때에는 위에서 설명한 Impossible Foods가 생각이 나서 적극적으로 리뷰를 했다. 우선 드는 생각이, “소고기가 성공을 했으면 다음에는 치즈도 괜찮지 않을까?”였다.?” 였다. 단순히 사람들이 인공 소고기를 원하면 인공 치즈도 원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이 회사의 포인트는 젖소의 우유를 사용하지 않고 미생물 발효를 통해서 비슷한 맛을 내는 인공 혹은 비건 치즈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한 뒤에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회사는 아직 치즈 개발 단계에 있었다. 이 회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장벽을 넘어야 한다.

1. 기술 개발

2. 판매

 두 가지다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의 치즈의 맛과 향, 느낌을 그대로 가진 인공 치즈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설사 기술 개발에 성공을 해도 가장 큰 문제는 과연 사람들이 그것을 살 것인지 하는 판매의 문제였다. “인공 소고기는 성공을 했잖아?”라고 자문을 했으나 상황이 다르다고 결론을 내렸다. 인공 소고기는 일종의 한끼 식사이다. 미국에서는 한끼 식사 대용으로 햄버거를 많이 먹는다. 하지만 치즈는 일종의 기호품이다. 꼭 먹어야 하는 상품과 먹어도 그만인 기호 식품의 판매는 다르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소고기의 경우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찾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마트나 햄버거 가게에서 이 소고기의 브랜드는 어디 거예요?? 이렇게 묻지는 않는다. 고기의 등급과 가격을 보면 쉽게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치즈는 그렇지 않다. 워낙 사람마다 기호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단순히 등급과 가격으로 고를 수 없다고 판단을 했다. 치즈는 고기보다는 와인과 비슷하다고 생각을 했다. 과연 누군가가 포도가 아닌 미생물로 발표시킨 와인과 거의 비슷한 맛과 풍미를 가진 인공 와인을 내게 권한다면? 나는 별로 원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가격면에서도 일단 이런 인공 식품은 오리지널보다 높기 때문에 굳이 높은 가격을 주고 인공기호 식품을 선택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먹기 위해서 소를 도살하는 이유와 (Impossible Foods) 단순히 젖소의 젖을 유축하는 행위 (이 스타트업)는 완전히 다르다. 내가 먹기 위해서 살아있는 생물을 도살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젖소의 젖은 아무리 짜도 (그래서 우유와 치즈를 생산해도) 내가 젖소에게 크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따라서 Impossible Foods은 성공할 수 있어도 인공 치즈 스타트업은 성공하기 쉽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만약 이 스타트업이 꽤 많은 고객과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면, 즉 위에서 말한 기술 개발 단계를 넘어서 판매의 단계에 있었다면 나의 선택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면 회사의 value 가 무척 높았을 것이고, 나에게까지 투자 권유가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 개발이 완성되지 않은 단계에서는 너무나 확률이 낮은 위험한 게임으로 보였다. 나중에 혹시 이 회사나 다른 비건 치즈 회사가 성공을 해서 여기저기 이런 치즈들이 팔린다면 혼자 쓴웃음을 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런 치즈를 사먹을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