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소소한 일상/미국에서 비즈니스 하기

스타트업 투자- <자율 주행 (Automotive Vehicle)> 스타트업

Happy Guy in SV 2020. 7. 3. 16:01

오늘 소개할 스타트업은 자율 주행 차량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이다. 이 회사 때문에 이번 주 내내 자율 주행과 인공 지능에 관한 자료를 검토하고 공부했다. 사실 스타트업 투자 관련해서 글을 써야지 하고 생각한 다른 회사들이 약 10개 정도 있다. 지난 몇 주간 고민하다 투자를 했거나 투자를 하지 않은 회사들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번 주에 고심했던 스타트업 얘기를 꺼낸 이유는 (원래 순서대로 쓰자면 아마 한 달 쯤 뒤에서 썼어야 했을 것이다), 그만큼 마음에 여운이 남아서 인것 같다.

 나는 주로 바이오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지만, 실생활에서 내가 겪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스타트업이라면 당연히 관심을 보인다. 내가 전혀 이해할 수 없고 공감할 수 없다면 대답은 항상 No이다. 지난 블로그 글에서 말한 게임 코칭에 대한 스타트업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관련글).

 이 회사는 자율 주행을 위한 인공 지능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데, 이미 주변에 구글, 테슬라 등의 자율 주행 차량 등이 심심치 않게 다니기 때문에 일단 관심이 갔다. 찬찬히 자료를 검토해 보니 실상은 내가 생각했던 자율 주행 인공 지능 개발 회사가 아니었다. 자율 주행을 더 잘하기 위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즉 차량에 직접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자율 주행 회사들이 자기들의 제품을 평가해서 더 발전시키고 마지막으로 제품을 점검하는데 쓰고자 하는 것이다. , 고객이 다른 자율 주행 개발 회사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이 가장 큰 주요 고객 들이 보험회사였다. 이것은 전혀 생각도 못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았다. 앞으로 자율 주행 자동차들이 점점 많아지고 대세로 자리 잡을 텐데, 자동차 보험회사는 어떤 기준으로 자율 주행 차량을 평가할 것인가? 막막하지 않은가? 예를 들어 현재 자동차가 새로운 자율 주행 자동차를 선 보였는데, 차량이 사고를 냈다. 그러면 해당 보험회사는 판단을 해야 한다. 이것이 자동차의 자율 주행 결함인지, 아니면 피치 못할 또 다른 요인인지. 이 스타트업은 바로 보험회사들이 자율 주행 차량들을 평가하고 안전도를 검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혀 예상 못했기 때문에 점점 더 재미있어졌다.

 나의 관심을 가장 크게 끈 대목은 수입 (Revenue)였다! 이제 겨우 Series A fund raising을 하고 있는데, 수입이 어마 어마 했다. 더군다나, 이미 Positive Cash Flow를 보이고 있었다!! , 수입이 비용을 초과해서 굳이 외부 투자를 더 받지 않더라도 독자적으로 생존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Series A 정도의 스타트업이 그렇게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고 이미 Positive Cash Flow를 달성한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점점 흥미 진진해져갔다. 그리고 현재 Customer들의 명단을 봤다. 한국의 유명 대기업을 포함하여 알만한 글로벌 기업들이 꽤 많이 있었다. 그리고 투자자들 중에는 보험과 자동차 관련 그룹들이 꽤 보였다.

 조사하면 할수록, 이 회사는 정말로 매력적으로 보였다. 앞으로 자율 주행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이 없다. 이미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으면 앞으로 그 수입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명 자동차 회사와 보험 회사가 고객이자 투자자들로 참여하고 있다. 제대로만 진행이 된다면 몇 년 내에 10X  정도는 쉽게 달성할 것 같이 보였다. Deal과 관련된 자료를 몇 번을 반복해서 보고 pitch deck을 거듭 확인하였다. 그리고 창업자와의 1시간 짜리 Q&A 녹화 장면도 계속 주의 깊게 봤다. 이제는 더 망설일 이유가 없는 보였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Deck의 제일 마지막에 있는 5개의 경쟁 회사들이었다. 워낙 회사가 매력적이라서 경쟁 회사들을 제대로 보지 않다가 혹시 몰라서 하나하나 웹사이트를 찾아가서 확인을 해 봤다.

 그런데,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경쟁 회사들이 너무 막강해 보였다. 5개의 경쟁 회사들 역시 모두 스타트업들이다. 그러니까 내가 투자하려는 회사와는 달리 내부 정도를 알 수가 없다. 수입이 있는지, 고객이 누구인지, 앞으로 회사의 계획이 무엇인지 전혀 알수 가 없었다. 이럴때 내가 보는 것은 팀이다. 창업자 그룹과 투자자 그룹을 보는데, 하나 같이 너무 막강했다. 내가 지금 고려하고 있는 회사의 창업자, 투자자 그룹이 제일 약했던 것이다. 이게 불과 얼마 전에 알아낸 사항이다…….상대 경쟁 회사들의 창업자, 투자자들은 이름만 대로 알 수 있는 전설적인 투자자나 우리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실리콘밸리의 아이콘 같은 회사들 출신이었다. 쉽게 말해 완전 Top tier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모여서 만든 회사들이었다.. 아무래도 자율 주행이 향후 미래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아니까, 경쟁적으로 회사를 창업하거나 투자를 한 것 같았다. 반면에 내가 투자하려는 회사의 창업자나 투자자는 Top tier는 아니었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이런 기분이다.    

내가 어느 조기 축구회를 발굴해서 키워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런데 정말로 운이 좋게 손흥민, 박지성, 차범근이 함께 뛰는 조기 축구회를 찾은 것이다! 이런 행운이 그리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조기 축구회에서 우승은 따놓은 당상이라 회심의 미소를 흘리고 있는데…… 상대팀에 메시와 FC. 바르셀로나 출신들이 만든 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팀에는 호날두와 레알 마드리드 출신들이 만든 팀이 또 있었다! 우리 팀도 물론 좋았지만 다른 팀은 레전드 급이었다. 정확한 비유일지는 모르지만, 그게 내 심정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 투자를 철회했을까? 아니다. 결국 투자를 하기로 했다. 다만, 내가 투자를 하기로 마음 먹었던 금액 (지금까지 투자했던 금액 중 최대를 하려고 했었다)의 정확히 반을 투자했다. 평균적으로 내가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금액 정도이다. 경쟁 회사가 막강한 것을 알았는데도 굳이 투자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스타트업은 이름을 가지고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 경쟁 회사가 아무리 전설적인 투자자와 창업자가 팀을 이루고 있어도 (우리 회사는 상대적으로 이름 값과 경험이 떨어져도), 그들이 꼭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상대방 회사가 얼마나 수입을 올리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내가 투자한 회사의 수입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Series A단계에서 Positive Cash Flow를 만든다는 것은 Tech회사로서는 굉장히 드문 일이다. 이런 이유로 결국 나는 투자를 결정했다. 액수를 줄여서 나름 Risk hedge를 했고 (Saving한 돈으로 아마 다른 스타트업 1개 정도를 추가로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 지능 스타트업을 처음으로 내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노트: 투자에 관련된 모든 사항은 Confidential입니다. 제가 투자를 했던 안했건 투자를 리뷰하면서 알게 된 모든 정보는 공개할 수 없습니다. 글을 쓰면서 최대한 회사의 이름이나 회사 상황을 노출시키지 않도록 노력한 점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