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소소한 일상/미국에서 비즈니스 하기

스타트업 투자- <처방 약 배달 (Subscription Drug Delivery)> 스타트업

Happy Guy in SV 2020. 6. 29. 16:01

 스타트업을 투자할 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두 가지를 주로 보는 것 같다. 내 전문 지식을 살릴 수 있는 분야 (바이오) 이거나 내가 실 생활에서 느꼈던 문제를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인지 여부이다. 오늘 소개할 스타트업은 이 두 가지를 다 만족시키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 오랜 시간을 살면서 병원에서 주사라는 것을 맞은 기억이 없다. 한국에서는 감기 증상만 있어도 동네 병원에서 주던 주사를 미국에서는 정말로 큰 병이 아니면 주지를 않는다. 그리고 약이라고 해봐야 감기 몸살 증세는 타이레놀이나 애드빌 정도를 먹는다. 그러다보니 병원에 가봐야 특별히 다른 것도 없고 기대감도 없다. 그래서 병원에 자주 가지를 않는다. 하지만, 아이가 있다면 상황은 다르다. 정기 검진도 받아야 하고, 또 내가 아픈 것과 아이들이 아픈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부모의 마음이랄까? 아이들이 아프다고 하면 일단 상황을 본 뒤에 나아지지 않으면 병원을 간다. 그리고 대부분은 괜히 왔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도 병원에 갔다오면 처방전을 받아서 근처 Retail drug storeWalgreensCVS Pharmacy 등을 방문해서 약을 타면 된다. 그런데 한번도 제 때에 약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바로 약국에 들려서 약을 타서 집에 가고 싶어 진다. 안 그러면 또 나와야 하니까. 병원에서 우리 집 약국까지는 못해도 30분 이상이 소요됐다. 동네 작은 병원이 아니라 큰 대학병원에 오래 다녔고 또 굳이 바꾸지를 않아서 거리가 좀 됐다. 그런데 그 시간이면 충분히 간단한 약을 조제하고도 남을 텐데, 가서 확인을 해 보면 준비가 안된 경우가 거의 100%였다. 그리고는 30분 뒤에 다시 오란다. 많은 것들이 비 효율적인 미국이지만 Subscription drug관련해서는 지난 수 십 년간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 스타트업을 알게 되었다. 이 회사는 처방전 약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스타트업이다. 순간, “어 이것 봐라. 확실한 고통 제거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트업은 흔히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인간의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고통 제거의 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기쁨을 증가시켜주는 비타민형태의 스타트업이다. 나는 주로 고통 제거역할을 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이 스타트업은 환자가 의사와 진료를 마치고 난 뒤 간호사가 drug subscription을 어디로 보내줄까 물어볼 때 바로 이 회사의 이름만 대면 된다. 그러면 집 앞까지 처방전 약을 무료로 배달해 준다. 약간의 추가 돈을 지불하면 몇 시간 내에 express로 집 앞까지 배달해 주기도 한다. 이게 바로 내가 필요한 서비스이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원하고 필요했던 서비스일 것이다. 어차피 투자를 했을 테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이런 언택트 회사의 인기는 더 높아질 거라 생각을 했다. 최근에 투자를 할 때는 이 회사가 코로나 사태 이후로 더 benefit을 받을지를 생각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 살아남는 것 뿐 아니라, 이 사태로 인해 더 도약할 수 있는 회사를 찾는 것이다. 더 의미가 있을려면 언택트, safety 등에서 기존의 시스템을 극복해야 한다. 나는 이 회사가 코로나 때문에 밖을 나가기 꺼려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스타트업이라 판단했다. 아마 코로나 사태가 없었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서비스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경쟁 회사들이 보인다. 이 회사는 이미 revenue (수입)이 있었고 성장율 또한 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그럴 정도이면, 이미 마켓이 형성되어 있는데 경쟁 회사가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럴 때는 당연히 경쟁 회사도 조사를 해야 한다. 내가 투자 하려는 회사가 정말로 경쟁 회사에 우의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하니까. 이럴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사용자의 리뷰 평이다.  요즘에는 웬만한 곳에 다 사람들이 리뷰 평을 남긴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가차 없다. 그래서 사용자들의 리뷰를 확인했다. 결과는 정말로 훌륭했다. CEO가 사용자의 후기에 일일이 답을 달고 있었고, 불평이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직접 사과를 하고 후속 조치를 했다. 작은 스타트업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흔치 않다. 나는 이 회사의 서비스를 사용할 기회가 없었지만 (최근에 병원에서 처방전 약을 탈 기회가 없었기에), 다른 사람들이 남긴 수많은 환상적인 리뷰가 나의 결정을 도와주었다..

 지금 이 회사는 캘리포니아를 거쳐 이제 다른 State에서 막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쟁 회사들이 캘리포니아나 다른 주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내 판단으로는 이 회사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을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 중 높은 편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했다. 사실 더 투자를 하려고 했다가 마지막에 자제를 했다. 매달 1개 정도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려면 한 두 개 회사에 지나치게 자금이 몰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나는 (남의 돈으로 투자를 하는) VC가 아니라 내가 열심히 번 피 같은 돈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엔젤투자자 이기 때문에 자금의 효과적이고 원할한 관리는 필수적인 것이다. 

내 예상이 맞다면 이 회사는 3-4년 내에 exit을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앞으로 어려운 점도 있고, 지금 처럼의 높은 서비스 수준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아마 회사 성장에 탄력을 받을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retail drug store에 가서 30분씩 기다리거나 몇 번을 재 방문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집 앞까지 무료 혹은 (express가 필요할때) 약간의 추가 비용만 내면 처방전 약을 배달해 주는데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내 투자 포트폴리오 회사 중에서도 가장 기대되는 회사 중 하나이다. 이 회사의 로고를 자랑스럽게 프린트해서 집 앞 거실에 걸어두었다. 나와 우리 아이들이 영감을 받기 바라는 마음에서.  

노트: 투자에 관련된 모든 사항은 Confidential입니다. 제가 투자를 했던 안 했건 투자를 리뷰하면서 알게 된 모든 정보는 공개할 수 없습니다. 글을 쓰면서 최대한 회사의 이름이나 회사 상황을 노출시키지 않도록 노력한 점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