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소소한 일상/미국에서 비즈니스 하기

스타트업 투자- <게임 코칭> 스타트업

Happy Guy in SV 2020. 6. 29. 00:14

최근에 활동하고 있는 엔젤 투자 그룹의 리드 (lead)로부터 한 스타트업의 투자를 권유받았다. 특정 영역을 한정하고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본 업이 바이오 쪽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바이오 쪽에 많은 관심이 간다. 그런데 (짧기는 해도) 가만히 지금까지 투자를 해온 패턴을 보면 바이오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경우 보다, rule out시키는 경우가 더 많았다. 바이오 업계에 20년 이상 종사해 오면서 쌓인 경험이 좋은 회사를 고르는 쪽보다는 안될 가능성이 높은 회사를 거르는 쪽으로 활약을 하는 것 같았다. , 스타트업의 투자는 잘 될 회사를 고르는 것만큼, 앞으로 되기 힘들 회사를 걸러내는 것이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에 불평은 없다. 그럼에도 (아직 까지는 얼마 안되는 스타트업 포트폴리오 중에서) 바이오 스타트업의 비중이 높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를 받은 스타트업은 게임 관련 회사였다. 평소에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다. 아니 어릴 적에도 게임에 전혀 소질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다른 친구들과 달리 게임을 그리 즐기지 않았다. 워낙 신변잡기에 능력이 없어서 게임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어떤 게임이 유행을 하는지, 게임 마켓의 트렌드가 어떻게 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처음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회사의 컨셉이 생각했던 것 과는 약간 다르다.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게임을 코칭을 해주는 회사였다. 일반적인 유저들과 프로 게이머들을 연결시켜서 게임 코칭을 해주고 그 중계 수수료를 받는 구조였다. 프로 게이머들 중에도 일부만이 성공을 한다고 한다. 즉 일부만이 게임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대부분은 결국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Top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상황은 게임 업계는 더 심한 것 같았다. 이러한 (생계 유지가 안되는) 전직 프로게이머들을 일반 유저들과 연결 시켜서 training 을 시켜준다는 아이디어는 참신해 보였다. 이런 회사가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지난 2년동안의 수입 즉. Revenue였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초기 단계에 수입이 없거나 미미한데, 이 회사는 이미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었다. 도저히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수입이나 growth rate 라고 보기에는 너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경쟁 회사를 좀 알아보니 이미 미국 동부에 몇 군데 비슷한 컨셉의 회사들이 있기는 했다. 그나마 이곳 미국 서부에서는 그래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회사는 다른 회사와는 차별화가 있다고는 했지만 게임에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는 각 회사들의 지향점이 비슷한 것 같았다. 그러다가 이 회사의 사용자들의 리뷰를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나는 잘 모르는 리뷰 사이트에 무려 3000명 이상의 실제 사용자가 리뷰를 남겼는데, 거의 대부분이 '찬양'에 가까운 호평을 하고 있었다. 혹시 이 사이트가 스캠이나 회사에 의해 조작된 것인가 해서 다른 회사도 검색을 해 봤는데, 다른 회사의 리뷰는 정상적이었다. 며칠을 그렇게 조사를 한 뒤에 느낌이 딱 왔다!

, 이건 대박이다

 나는 투자를 할 때 몇가지 지키는 조건이 있다. 그 중에 수입 (revenue)가 있는지와 수입이 없다면 사용자가 있는지 여부이다. 그리고 사용자가 있다면 그들이 회사의 서비스나 상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다. 상품이 아직 마켓에 나와 있지 않는 정말 초기 스타트업은 아직은 조심스럽다. 나의 제한된 자본력과 한정된 정보로 완전 초기의 스타트업을 들어가기는 아직 부담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Pre-seed, seed, Series A 상태의 스타트업 중에 과대 평가 되어있지 않고, 이미 수입을 만들고 있는 회사가 나의 주된 투자 타겟이다.

이 게임 코칭 스타트업은 나의 타겟으로 너무 적합했다. 그리고 그렇게 며칠 동안의 Due Diligence를 끝내고 투자할 준비를 마쳤다. 결론은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에는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 회사가 앞으로 성공적인 Exit을 할 거라는 나의 예상은 아직도 유효하다. 지금처럼 유지를 한다면 (특히 유저들의 폭발적인 지지) 몇 년안에 exit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렇게 긍정적인데 투자를 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내 투자 철학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걸 잠시 잊고 있었다. 나는 투자한 스타트업의 로고를 작게 프린트해서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곳에 붙여 논다. 그러면 아이들이 와서 어떤 회사에 투자를 했는지 묻고는 한다. 우리 아이들도 큰 꿈을 갖고 크기를 바라기 때문이고, 우리 가족의 노력 (자본)으로 앞으로 인류에 공헌할 미래의 구글, 애플, 아마존을 키우고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서이다. 그럴때마다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더 중요해. 아마존이나 애플, 구글이 어떻게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 시켰는지 봐봐. 돈만 보지 말고 어떻게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봐

 그런데 이 게임 코칭 회사는 돈을 벌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리고 유저들의 게임 실력을 돈을 받고 향상 시켜줄 수는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인류에 공헌하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 아이들도 당연히 게임을 좋아하는데, 시간을 정해 놓고 일정 시간에만 게임을 하게 한다. 당연히 아이들은 늘 게임을 더 하고 싶기 때문에 실랑이가 자주 벌어지고는 한다. 그런 내가 돈을 벌기 위해서 게임 코칭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혹시 게임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나의 선입견을 싫어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게임이라는 것도 찾아보면 순기능이라는 것이 있을 수 도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좋다 나쁘다를 내 입으로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내 철학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게임 회사에 투자를 한다면 내 언행일치가 안되는 것이기에 안 좋다는 것이다. 

 이 투자 건을 리뷰하면서 좋은 것을 깨닫았다. 내가 그래도 나의 철학을 가지고 투자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리고 이 게임 코칭 회사의 로고를 프린트해서 가족에서 보여주려고 했을 때 내 안에서 부끄러운 마음이 일어나는 것도 느꼈다. 아마 이 회사는 (지금 같이 열렬한 유저들의 지지가 지속이 된다면- 참고로 경쟁 회사들의 리뷰에서는 이러한 폭발적인 지지를 찾을 수 없었다) 5-10X 이상의 좋은 exit을 할 것 같다. 비록 나는 아무런 이익을 보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내 예상이 맞는 지 확인하는 작업은 즐거울 것이다.

노트: 투자에 관련된 모든 사항은 Confidential입니다. 제가 투자를 했던 안했건 투자를 리뷰하면서 알게 된 모든 정보는 자세히 공개할 수 없습니다. 글을 쓰면서 최대한 회사의 이름이나 회사 상황을 노출시키지 않도록 노력한 점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