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달에 소개할 책은 Angel이라는 책으로 부제까지 합치면 [Angel: How to Invest in Technology Startups--Timeless Advice from an Angel Investor Who Turned $100,000 into $100,000,000]이라는 꽤 긴 제목이다. Jason Calacanis 이라는 유명한 엔젤 투자자가 쓴 책이다.
특별히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거나, 투자 관련된 일에 종사하지 않는다면 잘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다. 나 역시도 스타트업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는 잘 몰랐던 사람이었다. 그나마 스타트업과 벤처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피터 틸, Ben Horowitz 등의 이름이나 sequoia capital 같은 기관 투자자나 벤처 캐피탈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Jason Calacanis는 엔젤 투자의 세계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성공적인 언젤 투자자 이다.
이 책을 3번째 책으로 선정하기까지 조금 고민이 있었다. 일반 분들이 좀 읽기 쉬운 대중적인 책을 선정하려고 했던 원래 계획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분들이 읽기 쉬운 책을 골라서 다시 읽고 소개하려다보니 내가 너무 재미가 없었다. 전에 읽었던 내용을 다시 읽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물론 대부분이 고전이고 대단한 책들이라서 큰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내 몸과 두뇌는 새로운 책을 더 원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엔젤 투자와 관련된 이 책을 골랐다. 특별히 스타트업이나 투자에 관련해서 관심이 없는 분들은 억지로 같이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이런 책도 있고 이런 분야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알아 두어도 상식을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하다.
우선 정확히 엔젤투자가 무엇인지 설명부터 해야 되겠다. 나는 실래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했었고 지금은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기관 투자자들처럼 큰 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비교적 적은 돈으로 초기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돈이 제일 중요하지만, 돈 이외에도 여러 노하우, 네트워크를 이용한 필요한 사람-회사의 연결 등도 엔젤 투자자의 큰 역할이기도 하다. 보통의 벤처 캐피탈 (VC, 기관 투자)은 극도로 위험한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pre-seed, seed 단계가 지나고 Series A, B, C 등으로 나가는 지점에 이르면 VC가 투자에 들어간다. 따라서 벤처 캐피탈이 들어오기 전에 누군가는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자금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 역할을 하는 것이 엔젤 투자자나 micro-VC등으로 불리는 작은 벤처 기관이다. 아무래도 초기 단계이다보니까 어떤 회사가 성공할지 미리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당연히 많은 수가 (일반적으로 50%이상) 성공적인 exit을 하지 못하게 된다. 즉, 투자자의 돈을 날리게 된다. 하지만 이름에도 나와있듯이 ‘엔젤’ 이기 때문에 자기가 투자한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투자한 본인 스스로가 져야한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엔젤 투자자들이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투자할 회사를 선정하기 전에 더 까다롭고 심사 숙고해서 결정을 하게 된다. 반면에 성공을 하게 되면 미래의 구글, 애플, 페이스북, 줌의 초기 투자자가 되어서 투자금 대비 100배 이상의 성공을 거둘 수 도 있다. 비단 돈 뿐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회사를 미리 알아보고, 세상의 혁신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나에게는 큰 요소이다- 물론 돈도 중요하기는 하다!)
지금은 그래도 크라우드 펀딩이나 인터넷 신디케이트 (Syndicate) 시스템으로 스타트업 초기 투자가 비교적 많이 알려졌다. 그래도 아직도 많은 정보가 없으며 많은 부분이 비 공개로 이루어지는 폐쇄적인 분야이다. 개인의 네트워크, 경험, 명성 등이 좋은 deal을 찾아내는데 훨씬 중요하다. 물론 그것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자금력이 물론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미리 성공한 엔젤투자자들의 책을 읽기 위해서 여러 책을 검색을 하다가 오늘 소개할 책을 찾게 되었다.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생각보다 많은 정보와 영감을 얻게 되었다. 비록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이기는 해도 내가 인상 깊에 읽은 몇 문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1. I invest in only one out of every hundred I look at.
책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오는 문장이다. 이 문장을 보고서 놀랐고 반성을 했다. 저자는 100개의 회사를 보고 나서 1개를 투자한다고 한다! 100개의 회사를 검토하려면 최소 하루 이상이 소요가 된다. 물론, 팀이 있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훨씬 쉽겠지만, 그래도 100개의 회사를 찾아내고 사전 리뷰를 하고 당일 미팅을 갖고 최종 결정을 하기 까지는 적은 시간과 에너지가 아니다. 하루에 1개의 회사를 리뷰를 한다고 해도 100일, 3달 이상이 소요된다. 풀타임 엔젤투자자인 저자와는 달리 직장을 다니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지는 못한다. 내 경우는 대략 10개 전후의 회사를 리뷰하고 1개 정도에 투자를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같이 투자하는 그룹의 Lead가 주로 미리 스타트업을 선정하는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좋은 Deal을 물어오면 (?) 나를 비롯한 그룹의 다른 투자자들이 선택을 하게 된다. 그렇게 때문에 10개를 리뷰하고 1개를 선택한다고 해도 lead의 초기 선정까지 더하면 100개는 몰라도 수 십개 이상은 리뷰를 하는 셈이 될 것이다 (혹시 궁금해 하실까봐. 그러면 lead는 왜 혼자 그렇게 수고를 하냐고? lead는 투자가 exit에 성공했을 때 투자에 동참한 다른 투자자들에게 carry라고 불리는 꽤 큰 수수료를 받아간다. 그리고 아무나 lead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투자금 역시 적은 편이고 각 회사마다 투자금 역시 다르다. 그래도 100개당 1개를 투자한다는 저자의 말은 나에게 영감과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한다.
2. Your job as an angel investor is to block out the haters, doubters, and small thinkers, because if you think small you’ll be small. I’d rather see my founders fail at a big goal than succeed at a small one.
이 역시 많이 생각하게 했던 구절이다. 작은 목표를 성공하기 보다는 큰 목표에서 실패하는 게 낫다. 나는 이 문장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투자를 할 때 모든 회사가 홈런을 칠수는 없다. 시작하는 모든 스타트업 중에 대략 1-3% 만이 성공을 한다. 그리고 (엔젤) 투자를 받는 단계까지 온 (이 단계 까지 살아남은) 스타트업 중 대략 50% 이상은 결국 실패를 한다. 남은 20-30% 정도는 거의 본전 수준을 남기고 회사를 마무리 하고, 10% 정도는 ‘소박’, 남은 10%가 ‘중-대박’을 칠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1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면 결국 10개 중 8개 정도는 아무런 이익을 남기지 못하거나 기꺼해야 본전을 회수 한다. 결국엔 남은 2개에서 수익이 나서 나머지를 커버해야 하는데, 늘 홈런을 치는 스윙을 할 수는 없다. 때로는 배트를 짧게 잡고 단타 내지는 2루타를 쳐서 주자를 진루시키고 타점을 내는 작전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미 성공한 엔젤투자자 이기 때문에 아마도 적은 파이 (pie) 에는 큰 관심이 없는 듯 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은 내 경우에는 홈런의 숫자 (대박- 예를 들어 100X)뿐 아니라 타율에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꼭 big goal에만 집착할 필요도 그럴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3. As an angel investor, you are going to need to invest in fifty startups (diversification!) in Silicon Valley (location!) over three years in order to have a chance at an outsize return. That’s one to two startups a month.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엔젤투자자나 엔젤 투자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꼭 필요한 주옥 같은 조언들이 많다. 다만, 일반사람들에게는 너무 전문적이어서 여기에는 소개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 문장은 꼭 소개하고 싶다. 저자는 3년간 50개의 회사를 그것도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를 투자해야 의미 있는 리턴이 있을 거라고 한다. 나도 실리콘밸리에서 일하지만 저자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를 한다. 그런데 좀 지나치게 실리콘밸리를 강조한 면도 없지 않다. 그리고 3년간 50개라….이제 막 투자를 시작하면 사실 이루기 쉽지 않은 목표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자주 소개되고 있는 Angel Syndicate에 들어가면 가능한 목표이다. 투자액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나 역시도 이 방법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사실 처음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게 되면 스스로 딜을 찾아서 혼자 결정을 하고 그 투자 금액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이럴때는 먼저 경험이 많은 lead가 운영하는 Syndicate에 join을 한다면 비교적 적은 금액과 시간을 가지고 투자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남이 운용하는 Angel Syndicate로 시작을 해서 이제는 local angel club의 멤버로 투자를 한다. 개인적은 목표는 앞으로 5년간 50개 정도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투자이다. 스타트업이 결과를 보려면 최소 3년, 길면 5-7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내 계산이 맞다면 20개 정도가 넘어가기 시작할 때 가시적인 결과들이 보일 것이다. 시간이 결과를 말해줄 것이다…..
여기서 소개한 책은 여기 (링크)를 통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아쉽게도 이 책은 Kindle Unlimited에 해당되지 않아서 직접 구매를 하셔야 읽을 수 있다. 특별히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이 없으시면 어려울 수 있지만, 그래도 새로운 세계의 맛을 보신다고 생각하고 맛 보기 무료 읽기 찬스를 이용하여 책의 앞부분이라도 무료로 읽어보시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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