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소소한 일상/일상의 소소한 일들

난생처음 (편하게) 위 내시경, 대장 내시경 한 스토리 2 (내시경 당일 이야기)

Happy Guy in SV 2022. 1. 23. 07:25

지난 블로그에 이어서 편하게 위 내시경과 대장 대시경을 받은 얘기를 이어가겠다. 혹시 지난 편을 보지 못하신 분들은 그 블로그부터 읽고 오시기를 추천드린다. 

 

지난 블로그: 난생처음 (편하게) 위 내시경, 대장 내시경 한 스토리 1 (전날 이야기)- 바로 가기

 

그럼, 지난번에도 소개했던 내가 먹었던 약들의 리스트를 다시 알려드리면 다음과 같다. 

• Generic MiraLax (polyethylene glycol 3350 powder). One 14 dose (8.3-ounce) bottle.

• Generic for bisacodyl (Dulcolax) 5 mg tablets. One box.

• Magnesium citrate. One 10 ounce bottle (not red or purple).

* Four tablets of white simethicone (Gas-X) 80mg each.

• Gatorade (yellow or green only). Two 32-ounce bottles. Purchase from your local grocery store.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내시경을 할 때는 계속 이 방법을 따를 계획인데, 여러분들은 꼭 담당의사와 상의하시고 결정하시기를 바란다.

 

그럼 지난번 블로그에 이어서 내시경 당일인 아침 6시부터 시작을 해보자. 

 

1. 아침 6시. Four tablets of white simethicone (Gas-X) 80mg each.

일어나자마자 병원에서 알려준 대로 Gas-X 두 알을 먹는다.

https://amzn.to/33zYMqg

 

사실, 대부분의 경우는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했는데, Gas-X의 경우는 지난번에 와이프가 사다 놓은 125mg짜리가 있어서 그냥 이걸 먹기로 했다. 병원에서는 80mg짜리를 총 네 알 먹으라고 했다. 일단은 시키는 대로 있는 것 2 알을 먹었다.

 

2. 아침 6시 10분. Generic MiraLax (polyethylene glycol 3350 powder). One 14 dose (8.3-ounce) bottle. + Gatorade (yellow or green only). Two 32-ounce bottles. Purchase from your local grocery store.

https://amzn.to /3IsFEch

어제 만들어 놓았던, MiraLAX가 들어있는 게토레이 남은 한 병을 마시기 시작했다. 당연히 하루가 지났더라도 그냥 게토레이 맛이다. 어제 화장실을 5-6번 정도 간 것 외에는 밤에 깨지도 않았고, 마시라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그냥 백점인 것 같다! (물론 배고픈 것은 빼고는). 하지만 배고픈 것도 어제 낮에만 배가 고팠지, 하루 정도 국물만 먹다가 그렇게 화장실에 가서 쏟아 냈는데도 별로 배고픔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좀 힘이 없다 정도이지. 그리고 이제는 커피나 녹차를 마시지 않는데도 전혀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아무래도 하루 만에 몸이 적응을 한 것 같다.

즉, "아, 뭔가 몸이 비상 상황 같다. 이래 저래 내가 불평을 할 때가 아닌가 보다"라고 내 몸이 생각을 한 것이 아닌가 한다. 

암튼, 6시 10분 부터 7시 30분 정도까지 남은 게토레이 한 병을 천천히 마셨다. 

 

3. 아침 7:30. tablets of white simethicone (Gas-X) 80mg each.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두 알의 Gas-X를 먹었는데, 오늘도 두 알을 먹으면 된다. 하지만 지난 블로그에서도 말했듯이 내가 가지고 있는 Gas-X를 용량이 더 큰 거기 때문에 한 알만 먹었다. 80X4= 360, 125x3=375. 즉 내가 가지고 있는 Gas-X는 3알만 먹어도 권장하는 용량과 얼추 비슷하다. 따라서 나름 과학적인 생각을 했다고 스스로 뿌듯해하면 추가로 한 알만 더 먹었다. 사실, 와이프는 작년에 내시경을 할 때 Gas-X를 사놓기만 하고 먹지는 않았다. 와이프의 목록에는 Gas-X는 그냥 옵션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병원마다 준비하는 과정이나 추천하는 약들이 다른 것 같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이번에 사용했던 약들을 다음에도 똑같이 하리라 다시 다짐한다. 

 

4. 아침 8시. Magnesium citrate. One 10 ounce bottle (not red or 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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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한 병이다. 이것만 먹으면 내시경을 위해서 먹고 마셔야 하는 것은 끝이다. 그런데, 색깔이 흰색이다. 그렇게 얘기를 들었던 느끼한 액체가 이것이란 말인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으로 마지막 한 병을 마시기로 했다. 

그렇게 한 모금을 마시는데....... 느끼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시었다. 정말로 레몬 한 100개는 들어있을 법한 신맛. 자세히 이름을 살펴보니 Citrate 아닌가? Citrate는 '산'이다. 즉 Citric acid를 Citrte라고 부르는데, 신맛이 강한 '산'이다 보니까 느끼함과는 정말로 거리가 멀었다. 어제오늘 마셨던 게토레이와는 난이도가 조금은 높았지만, 그래도 느끼한 액체보다는 나았다. 그렇게 5-6번에 나눠서 이 신 액체를 다 마셨다. 

그리고 좀 전에 마셨던 게토레이의 힘과 이 Citrate의 시너지가 생겼는지 화장실을 거의 5분 간격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기를 거의 10번 정도를 한 것 같다. 그러다가 오전 10:30 정도가 되니까 이제는 더 이상 신호가 오지 않았다. 그리고 Citrate를 마신 이후에는 물 한 모금 먹어도 안 되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몸이 힘이 없기는 하지만, 그렇게 배고프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리고 어제 와는 달리 두통도 생기지 않았다. 아무래도 몸이 적응을 한 것 같다. 그렇게 병원으로 향했다. 

 

5. 병원 Check-In 11:45 am. 

 병원에 도착을 해서 겨우 주차 자리를 찾고, 오라는 곳으로 갔더니 수속 절차를 밟는데 예상대로 오래 걸린다. 한 30분 기다리고 나니 간호사가 나와서 안으로 들어가란다. 물론 그전에 화장실에 한번 더 다녀왔다. 안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기대와는 달리 아직까지도 약하지만 여전히 분수같이.....

 

6. 병원 안 환복, 그리고 대기 12:30 pm

  간호사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가니, 일반적인 미국 병원의 응급실 같은 곳으로 안내한다. 여러 개의 침대들이 쭉 있고 그 사이는 커튼으로 막고 있다. 한 자리 내어 주더니 화장실부터 다녀오란다. 속으로는 '화장실은 아까 갔는데... ' 하면서 그래도 (병원에서는 늘 그렇듯이) 착한 어린이처럼 말을 잘 듣는다. 그런데, 다시 화장실을 갔더니 다시 '분수'! 속으로!! '어 이게 아닌데.. 왜 자꾸 나오지?' 하고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혹시 검사하면서도 나오는 거 아니야?'라는 나름 진지한 걱정을 하면서 입고 왔던 모든 옷을 모두 벗고 뒤가 확 트인 환자 복 같은 것을 입는다. 그러면서 피식 웃었다. '혹시 이걸 앞-뒤 거꾸로 입는 사람도 있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한 것이다. 뒤가 완전히 트여있는데, 이걸 앞 뒤 바꿔서 입는다면..... 아마 보기 흉할 것이다. 당연히 대장 내시경을 하니까 뒤가 트여있어야 접근 (?) 하기 좋을 것이다. 그렇게 환복을 마치니 다시 간호사가 와서 이것저것 묻는다. 이름도 묻고, 생년월일도 묻고... 다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서 이다. 그런데, 좀 그런 것이 무슨 검사를 하려고 왔냐는 것을 보는 사람마다 묻는 것이다. '뭐 이런 것까지 자꾸 묻나'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은 지들이 더 잘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7. 대기, 대기, 대기...

그렇게 대기에 들어갔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delay가 됐단다. 그러면서 TV를 틀어줄까 하고 묻는데.... 살짝 불안한 감이 스쳤다. 혹시라도 오늘 내시경 못하면 이 병원 다 뒤집어 놓는다! 어제오늘 나름 고생을 했는데, 아무 검사도 못하고 그냥 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10분, 20 분, 30분, 하릴없이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왠지 배가 불편한 느낌이 든다. 이때 이미 손등에 링거를 꽂고 있었고, 옷도 다 환복을 해서 화장실을 다시 가기는 좀 거북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배가 아프다고까지는 할 수 없는데, 왠지 거북한 느낌이 계속 든다. 속으로 '이러다가 검사하면서 다 삐져나오는 거 아니야?'라는 걱정을 계속 들었다. 엉덩이에 깔아 놓은 패드의 두께를 손으로 확인하면서....

그렇게 시간은 또 흘러 흘러.... 왠지 최소 한 시간은 지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서 간호사를 불렀다.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와이프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았다. 호출을 듣고 온 간호사랑 얘기를 하는 순간, 다른 간호사가 오더니 이제 차례가 됐단다. 그러고는 침대를 통째로 끌고서 precedure room으로 끌고 간다. 그때 시간을 보니 이미 2:30이었다. 거의 2시간을 침대에서 기다렸던 셈이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하나 배웠다. 간호사가 내 침대를 끌고 가면서 다른 간호사들과 이런 대화를 한다. 

"미안, 이 환자 대장 내시경이라고 했는데 Double이야"

"알았어. 이 환자 Double. 확인됐음"

이 병원에서는 (어쩌면 미국의 모든 병원에서는) 위 내시경과 대장 내시경을 동시에 하는 것을 더블이라고 부르는구나. 하긴, 한국처럼 검진이 활성화되어있지 않으니, 위 내시경과 대장 내시경을 동시에 하는 경우는 모르긴 몰라도 흔치 않을 것이다. 주위를 봐도 대장 내시경을 주로 하지, 위 내시경을 미국에서 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미국에서 위암은 상당히 드물다).

 

8. 내시경 직전

그렇게 방을 옮기니 이때는 바로 바로 내시경이 시작이 되었다. 이미 손등에 링거 주사를 꽂고 있었으나, 아무것도 들어가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간호사가 오더니 친절하게 설명을 한다. 내시경에서 제일 힘든 건 어제 하고 오늘 오전에 끝났다고. 내시경은 잠들고 깨면 끝날 거란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내시경 전에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혹시라도 뭔가 발견되면 어쩌지.... 내시경 아마 위장에 빵구라도 내면 어쩌지? 예전에 아는 어른도 수술 중에 의사의 실수로 장에 구멍이 나서 큰 고생을 했던 것을 굳이 기억해 냈다. 혹시 잘못되면 우리 아이들은..... 진짜 실없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은 자질구레한 생각들이 이어졌다. 

위 내시경은 10-15분, 대장 내시경은 20-30분 정도가 걸린단다. 시간이 다른 경우는 실제 뭔가가 보여서 떼어내면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위 내시경을 먼저하고 대장 내시경을 한단다.... 나도 왠지 그 순서가 더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뒤에 넣었던 걸 입에 넣는 건 아무래도......

그러던 중 간호사가 세 개의 주사 바늘을 가지고 왔다. 물론 나한테 직접 찌르는 건 아니고, 이미 손등에 꽃혀있던 링거 바늘을 통해서 주입을 할 것이다. 처음 바늘은 베네드릴 (알레르기 약인데, 부작용이 졸리는 거다. 비행기 타면 엄마가 어린아이에게 이걸 먹여서 일부러 재우기도 한단다. 물론 직접 해본 적은 없다) 이란다. 오케이. 그리고 두 가지를 더 얘기해주는데,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고 마취제나 안정제 비슷한 주사제일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 주사를 주입하면 손등이 불꽃놀이하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고 한다. 뭔 말이야? 하고 있는 순간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알았다. 손 등이 타 들어가는 듯한, 아주 아프거나 고통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좋지 않은 느낌이 한 10-15초 지속됐다. 그리고는 기억이 없다. 

 

9. 내시경 후반...

어느 순간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느껴지는 확실히 불편한 느낌. 엉덩이 쪽이다. 뭔가가 쑥 들어왔다가 빠지고 다시 쑥 들어오는데 아랫배에서 뭔가가 거북한 느낌이 든다. 그런 과정을 4-5번도 느꼈다. 아무래도 마취가 깬 것 같다. 일부러 깨운 건지, 아니면 마취가 다돼서 중간에 깬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장 내시경 거의 막바지에 깬 것 같다. 시간으로는 1-2분 정도밖에 안된 것 같다. 그리고는 말한다. 다 끝났다고. 만세!!!

그리고 특별한 이상은 없단다. 폴립 (용종)도 없고 위도 깨끗하단다. 다만 위에서 헬리코박터 검사를 하기위해서 조직을 뗴어냈고, 이건 모든 환자가 똑같이 해야 한단다. 오케이. 그러고는 회복실로 옮긴다. 시계를 얼핏 보니 3:20분 정도... 한 40분 정도 한 것 같다. 

 

10. 회복실

회복실에서 몽롱하지만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 예상보다 2시간 정도 지연된 것을 깨달았다. 회복실의 다른 간호사에게 "나 괜찮으니 집에 갈게요"하고 말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30분은 회복실에 있어야 한단다...뭐 오케이. 그러면 자야지.... 의식이 돌아왔어도 몽롱한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바로 다시 잠이 들었다. 30분이 되고 이제는 가도 좋다는데.... 굳이 휠체어에 타야 한단다. 법이 그렇단다. 그리고 밖에서 누가 기다리는지 묻는다. 역시 법적으로 혼자 가서도 안되고, 택시나 우버를 타도 안된단다. 그래서 또 얌전히 휠체어에 타고 와이프가 기다리는 차까지 착하게 이동해서 집으로 왔다. 이게 내시경 당일의 모든 과정이다.

그리고 집에 와서 작은 죽을 한 그릇을 먹고 약간 단 과자를 먹은 것이 다이다. 이틀을 굶었으니 이것저것 막 먹고 싶을 것 같았는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그냥 몽롱하기만 했다. 아무래도 내시경 때문에 주입한 진정제 때문인 거 같았다. 그리고 이틀 동안 마시지 못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생각보다는 그리 맛있지 않았다. 

 

11. 내시경 후 부작용 (오늘까지)

내시경을 한 뒤로 이틀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내시경의 부작용을 느낀다. 내가 느끼는 아주 단기간 (이 글을 쓰는 시점인 이틀까지)의 부작용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다 (다 적고보니 다이어트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장점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1) 식욕이 아직도 없다. 뭔가를 먹고 싶지가 않다. 

2) 배가 고프지 않다. 원래는 하루 세 끼를 제시간에 먹어야 하고, 끼니가 조금만 늦어도 힘들어하는 스타일 이었다. 많이 먹지는 않지만 꼭 제시간에 음식을 먹어야 했다. 하지만 내시경 이후로는 배고픔을 잘 못 느낀다. 

3) 조금만 먹어도 쉽게 배가 부른다. 따라서 음식을 먹더라도 많이 안 먹게 된다. 아무래도 몸이 이 틀을 굶으면서 적응을 한 것 같다. 

4) 앞으로 기회가 되면 이렇게 스스로 단식을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단식원이라는 것이 막 유행을 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들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이 나면서 1년에 한 번 정도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장을 청소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5) 다음 내시경 계획을 벌써하고 있다. 해보니 너무 할만한 것이다. 그리고 내 위와 대장이 깨끗하다는 소리를 들으니 뭔가 자신감(?)이 막 샘솟는다! 그냥 이틀 정도만 약간 고생하면 충분히 해볼 만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