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트렌드/코로나 바이러스

코로나 백신 승인에 대한 미국 FDA 커미셔너의 입장

Happy Guy in SV 2020. 9. 3. 22:08

코로나 (COVID-19)이 막 전 세계적으로 번지기 시작했을 때에는 코로나 진단 키트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아직 코로나가 심하게 번지기 전이고, 치료는 꿈도 못 꿀 때이다. 일단은 빨리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를 찾아서 격리를 해야 했다. 감염된 환자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전염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빠르고 정확하게 코로나 진단을 할 수 있는 진단 키트에 온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이미 코로나가 전 세계에 퍼졌고 이제는 이차 폭등기 (2nd wave)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진단 키트는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는다. 이미 수 많은 진단 키트가 FDA의 긴급 승인을 받았고 진단 키트가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던 시기도 지났다. 이제는 온 관심은 코로나 백신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언제쯤 사용화 될 것인지에 쏠려있다. 투자자들은 어느 회사가 가장 먼저 백신 개발에 성공할지 역시 큰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지금 상황을 보면 Moderna, Astrazeneca, J&J 등의 회사 들이 가장 앞서서 race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누구는 올해 말이면 백신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 또다른 누군가는 백신은 영원히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미 임상 3상에 돌입한 백신들이 있으니까 (효과의 우수성은 차치하더라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면 코로나 백신 상용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히 예측해 본다.

 

그런데, 최근에 FDA의 커미셔너인 Stephen Hahn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FDA를 이끌고 있는 리더 중 한 명인 Stephen Hahn은 특이한 Last name 때문에 처음에는 한국계인 줄 알았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이라는 성이 미국에서는 그렇게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우리의 씨에 해당하는 Lee라는 성이 있듯이 Hahn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15년 가까이 살면서 Hanh이라는 성은 한국계를 제외하고는 처음 본 것 같다. 외모로 봤을 때에는 한국계라는 인상은 전혀 받을 수 없다. 암튼 한국계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니까 여기까지 하고……

 

이 사람이 최근에 임상 3상이 끝날때 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그 전에 코로나 백신 승인을 줄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당연히 이것은 일반 사람들도 가지고 있는 상식에 맞지 않는 발언이었다. 더군다나 그 시기가 미국 대선이 오는 시점이랑 겹치고 현 대통령인 트럼프의 의중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더욱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이런 발언은 Science 보다는 정치적인 입김에 의해서 나온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들의 여론 조사 역시 비슷한 의견이 압도적이다.

 

Stephen Hahn은 당연히 이러한 결정이 정치적인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워낙 코로나가 급격히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 빨리 백신을 승인하고 접종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대다수의 미국 국민들은 그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믿는 것 같지는 않다. 최근에 미국 FDA는 코로나에서 회복된 환자의 혈액 (정확히는 혈장)을 치료 목적으로 긴급 승인을 했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수장인 Francis Collins과 우리도 잘 알고 있는 파우치 박사가 임상 시험의 문제 등을 이유로 승인 연기를 요청했었다. 하지만 FDA는 다음날 긴급 승인을 강행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FDA 커미셔너인 Stephen Hahn은 뉴스 브리핑에서 환자 혈액은 획기적인 치료 방법이라고 홍보를 했다. 당연히 이러한 회견은 전문가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FDA는 오해가 있었다면서 고작 선임된 지 11일 된 대변인에게 책임을 물어 해고시켰다고 한다.

 

수십년전에 유럽에서 탈리도마이드 (Thalidomide)라는 약이 임산부에게 많이 쓰여서 많은 기형아가 출산되었다. 그 당시 미국 FDA(한명의 심사관의 강력한 주장에 의해서) 유럽에서 이미 널리 쓰이고 있음에도, 안정성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서 승인을 보류했다. 이러한 한 개인의 판단과 FDA의 지원에 의해 미국에서는 유럽과는 달리 탈리도마이드의 피해가 거의 없었다. 당시 심사를 맞았던 한 여성 심사관은 당연히 많은 찬사와 감사를 받게 되었다.

 

현재 코로나 상황을 보면 빠른 백신의 승인은 당연히 너무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 옛말에도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다. 특히 대선 같은 정치적인 이슈가 같이 걸려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신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양심이나 과학에 의한 결정이 아니라 외부의 입김에 의해서 결정을 하게 되면 (그리고 문제가 생기게 되면), 아마 탈리도마이드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역사상 큰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원문 기사 출처: https://www.fiercepharma.com/pharma/fiercepharmapolitics-fda-could-consider-covid-vaccines-before-phase-3-trials-fin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