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 캘리포니아 시간으로 4월 1일 새벽이다. FDA 웹사이트를 보니 어제와 변동이 없다. 여전히 22개의 코로나 진단 키트가 긴급 승인을 받았다고 나와있다.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한국 제품의 FDA 승인 소식은 공식적으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22개 중에 최근에 승인된 몇 개의 키트를 최근 날짜 순으로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3월 30일 이후로 변화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어떻게 된 것인가? 한국 정부는 미국 FDA가 한국 코로나 키트 3개 제품에 대해서 승인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위에서 보이는 미국 FDA 웹사이트 어디에서도 한국 제품에 대한 승인 소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된 것일까? 나름대로 가능한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았다. 단,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을 미리 말해둔다.
1. 한국의 3개 제품 모두 FDA 내부 승인을 받았고, 최종 official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
개인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라고 생각이 되지만 FDA가 3개의 한국 제품 모두에게 승인을 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일단 한국의 코로나 진단 키트 자체를 미국에서 요청 한 것이다. 한국의 회사들이나 정부가 제발 우리 제품을 사주세요 하고 부탁을 하거나 일반적인 수출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특별 요청에 의해서 수입된 한국산 진단키트에 대해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승인을 안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만, 충분한 기술적 (Analytical validation- AV) 그리고 임상적 (Clinical Validation- CV)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FDA 입장에서도 아무 제품이나 승인을 할 수 없는 딜레마가 있다. 내 예상으로는 아마도 한국 회사들이 일반적으로 FDA가 IVD 혹은 IVD 보다 한 단계 낮은 LDT(전문 용어이니 일반인은 그냥 넘어가도 된다. 진단 업계에서 쓰는 용어이다) 레벨에서 요구하는 충분한 자료를 제출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FDA IVD 진단 키트를 심사하는데는 최소 1-2년의 시간이 소요되며 임상 시험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직접적인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FDA가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그러나 그건 다른 22개의 진단 키트도 마찬가지 일 것라 생각된다. 그래서 FDA도 긴급 승인이라는 이름으로 예외를 두고 빠르게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본인의 다른 블로그 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국의 모든 코로나 관련 데이터가 세계 최고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코로나 테스트가 수행됐고, 인구 백만명 당 사망자 수가 3명으로 역시 중국, 터키와 더불어 최고 수준이다 (중국 통계의 신뢰성은 논외로 하자). 따라서 키트 자체의 데이터는 부족하겠지만 주위 사항을 간접적으로 비교하건 데 상당히 높은 신뢰도를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번 더 강조하지만, 한국이 수출을 하고 싶어서 미국에 보낸 것이 아니라 미국의 요청에 의해서 미국으로 보내진 것이다. 긍적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2. 한국의 제품 중에 일부나 1-2개 정도만 승인 받을 경우
이 역시 충분히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일단, 위의 표를 참고하고 본인의 지난 블로그의 글, 그리고 FDA 웹사이트에 가보면 총 22개의 이미 긴급 승인된 진단 키트가 있다. 그리고 날짜를 봐라. 거의 최근 1-2주 안에 승인이 되었다. 미국에서 진단 키트가 없어서 발을 동동 굴렀다는 얘기는 사실 1-2주 전의 얘기다. 지금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진단 키트가 승인된 회사를 살펴보면, 기라성 같은 세계적인 진단 회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Qiagen, Abott, Perkin Elmer, Quest Dx, Thermo Fisher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미안한 얘기지만 한국의 작은 진단 회사들이 감히 옆에서 비교하기 힘든 세계적인 회사들이다. 이들 회사가 1-2개도 아니고 무려 22개가 이미 승인을 받았다. 대량 생산? 전혀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미국에 키트가 없었던 것은, 제도적인 문제였고 규제의 문제였지 기술이나 생산의 문제가 아니었다. 따라서 이제는 1-2주 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회사에서 진단 키트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한국의 작은 바이오텍의 키트를 함부로 승인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모두 거절하면 정치적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3개의 제품 중에 1 개 정도만 승인할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한다.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에 사용되는 기술은 이미 20년도 더 된 Real-time PCR이라는 디엔에이 증폭 기술이 가장 흔하다. 기술적으로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다. 심지어는 디엔에이의 작은 염기 변화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or point mutation)도 99% 이상의 정확도로 잡아낸다. 하물며 유전자 아무 데나 잡아도 되는 바이러스 진단은 너무 기초적인 기술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의 원천 기술과 장비, 특허는 위에서 열거한 세계적인 회사들이 다 가지고 있다. 이른바 테마주로 지금 현상을 몰아갈 수는 있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한국 회사들이 전혀 (혹은 거의) 우위점이 없다. 지금의 큰 관심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마 어떤 이유에서건 1개 정도의 회사만 FDA의 승인을 받는다면 회사들 사이에 아마 극도로 희비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일단 승인받은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주가가 엄청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다. 이들 회사에 투자를 했거나 지금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촉각을 곤두 세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명심하라. 최종 승인의 이유가 기술적인 이유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FDA가 보기에는 어차피 다 비슷하고 거기서 거기인 것이다).
3. 어느 제품도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지만, 이렇게 되면 한국을 너무 우습게 본 것이 아닌가 한다. 일단 이미 22개의 키트가 승인이 되었고, 굳이 이름 없는 한국 회사의 제품을 승인할 이유를 못 찾거나 다른 회사의 키트가 넘쳐나는 상황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한국 정부가 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언론에 얘기를 할 정도면, 어느 정도 미국 정부와 교감을 가진 뒤에 얘기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어느 제품도 승인을 받지 못한다면) 모든 상황이 코미디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한국이 총선을 앞두고 있는 민감한 시기라서 많은 추측과 억측이 나올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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