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소소한 일상/성공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인생은 '고통'과 '권태'를 오가는 시계 추와 같다.

Happy Guy in SV 2023. 12. 1.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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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책을 읽다가 무릎을 탁 치는 문장을 발견했다. 

그 문장은 제목에 나와 있는 바로 그 문장이다. 

"인생은 '고통'과 '권태'를 오가는 시계 추와 같다"

처음 이 문장을 읽고서, 조금 의아했다. 인생은 고통과 행복/기쁨을 오가는 시계 추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우리 인생은 힘든 일이 많고 고통이 많지만, 그래도 기쁜 일, 행복도 반드시 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연애할 때의 기쁨, 아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 오래간만에 소소하지만 먹고 싶은 음식이나 여행 등을 했을 때도 우리는 큰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중년의 나이를 접어들고 나서 이 문장이 정말로 정확하다고 감탄을 하게된다. 젊었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은 감탄을 하면서 이 문장을 음미, 또 음미하게 된다. 

인생에 기쁨이 왜 없겠는가? 인생에 행복이 왜 없겠는가? 물론 있다. 쇼펜하우어가 염세주의 철학자라서 이렇게 말한 게 아닐 것 같다. 이 문장에는 우리 인생의 무서운 진리가 담겨있다고 생각을 한다. 

인간은 고통은 오래 기억을 한다고 한다. 아마도 앞으로 비슷한 일이 올 때를 대비해서 우리의 유전자가 그것을 오래 그리고 고통스럽게 기억을 해둔 것 같다. 그래야 비슷한 일이 오면 피할 수 있으니까. 반면에, 행복하고 기쁜 일이 금방 잊힌다. 

쉬운 예로 멋지고 비싼 새로운 자동차를 샀을 때 그 기쁨이 얼마나 가는가? 한 달, 두 달? 그 정도면 길게 갔다고 본다. 곧 익숙해진다. 그리고 고통이 찾아올 수도 있다. 처음에는 마냥 좋았지만, 매달 내야 하는 할부금, 자동차 보험료, 기름 값, 사고나 고장이 나면 또 들어가는 비용, 유지비 등등..... 처음에는 기쁨이었지만... 이내 곧 지루하고 권태감으로 바뀐다. 심지어는 고통으로 바뀔 수도 있다. 

그토록 원하는 새집을 샀다고 하자. 그 기쁨이 얼마나 갈까? 처음에는 많이 기쁘지만 이내 곧 익숙해진다.....그리고 어쩌면 더 크고 좋은 새로운 집을 원하게 될지도 모른다. 

새로운 직장? 꿈의 직장? 2-3년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서 합격을 했는데, 평생 기뻐야 하는데. 그런가? 아니다. 많은 젊은 공무원들이 퇴사를 한다고 한다. 공기업도 대기업도 다니기는 해도 첫날 입사했을 때 그 설렘과 기쁨은 아마도 다 사라져 벼렸을 것이다. 

즉, 인생에서 우리가 보이게 아무리 성공하고 부자인 것 처럼 보이는 사람도.... 마냥 행복하고 기쁜 것은 아닐 것이다. 고통의 크기를 우리가 가늠할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권태 (지루함)'이라는 틀에 갇혀서 괴로워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우리가 보기에 잘 나가는 연예인들, 기업가, 정치인, 스포츠 스타들이 마약, 성범죄, 기타 다른 구설수에 그렇게 오르는 것이다. 돈도 많고 유명하고 지위도 높지만....그들 역시 권태와 고통의 시계 추 인생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따라서 권태를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자극, 더 큰 기쁨을 가져다줄 유희를 찾아보니까.... 뉴스나 신문의 사회면에 나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나라고 예외는 아니다. 나름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장과 지위. 중산층이라고 불릴 수 있는 안정적인 경제 상황. 큰 탈 없이 잘 지내는 가족들. 밖에서 보기에도 내가 보기에도 큰 문제없이 잘 지내는 이 상황도 결국 '권태'라는 감옥에 갇히게 된다. 

이렇듯 많은 이들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게 되면, 인생은 간간히 발생하는 고통과 대부분을 차지하는 '권태'가 지배하게 된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간간히 오는 기쁨과 행복은 금방 잊혀진다. 그리고 '권태'라고 하는 큰 쓰나미가 이 모든 것을 덮쳐버린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이 무서운 '권태'를 벗어나기 위해 가장 쉽게 접하는 것이 '술'이 아닌가 한다. 술을 마시면 기분이 전환된다. 그리고 잠시나마 새로운 분위기와 정신적 '주파수'를 갖게 된다. 즉, 술을 마시는 그 순간은 살짝 다른 세상, 즉 권태를 벗어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많이 마실 경우 대부분이 다음날 후회를 한다. 그리고 이런 술자리가 잦아지면 그 효력까지 없어진다. 처음에는 즐거웠던 술자리나, 혼술, 같이 먹었던 맛있는 안주도 나중에도 그냥저냥 똑같은 일상으로 전락한다. 즉 그마저도 '권태'의 범주에 먹혀버리게 된다. 

이래서 인생이 어려운 것이다. 지금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힘든 사람이나,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궤도에 안착한 사람이나 같은 문제로 고생을 한다. 고통과 권태 (지루함)을 오가는 그 무한 반복의 틀 속에 갖혀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고통과 권태의 비율이 다를 것이다. 지금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고통'의 비율이 더 클 수 있다. 

반면, 나름 괜찮은 직장을 다니고 가정을 꾸리고 중산층 혹은 부자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은 '권태'의 비율이 더 클 수 있다. 

고통이 훨씬 힘들 것 같지만, 권태의 시간이 길어지면 이 또한 견디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인생은 고통스럽고 고행이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이 인생의 시계추화 쳇바퀴를 깰 수 있을까?

 

1. 고통을 깰 수 있는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엄청난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해줄 수 있는 조언과 해결책이란 많지 않다. 각자의 상황이 다르고 고통의 종류와 강도가 저마가 다르기 때문이다. 방법은 버티면서 그 고통이 지나가거나 이겨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리 인생의 좋은 점은 시간이 지나면 감정이나 생각은 아주 디테일한 부분은 잊힌다는 것이다. 또 그렇게 살아낼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된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어버린 사람도 처음에는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잊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된다. 

2. 권태를 깨는 부분. 권태를 깨는 책임과 권리는 나 스스로에게 있다. 일상의 반복과 틀을 깨는 것. 그 것을 해야 권태를 벗어날 수 있다. 쉬울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다. '습관'을 깨야 하고 현재 상태에 있고자 하는 '관성'을 깨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취미를 만들고 운동을 시작하고....처음에는 작심 삼일로 시작을 한다. 하지만, 곧 그만둔다. 왜냐하면 내 '습관'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대로 현 상태에 있고자 하는 '관성'을 깨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의 함정을 벋어나려면 '권태'를 깨 부수는데 집중해야 한다. 

고통은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죽을 힘을 다해서 그 고통에서 벋어나면 '권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고통의 시간은 강렬하지만 짧다. 권태의 힘듦은 훨씬 약할지 몰라도, 그 시간이 훨씬 길다. 따라서 어쩌면 권태의 힘듦이 고통의 힘듦보다 더 클 수 있다. 

다행인 것은 권태는 쉽지 않지만 우리 힘으로 조금씩 없앨 수 있다고 믿는다. 새로운 취미, 새로운 목표, 그리고 무엇보다 꾸준함을 더한다면 조금씩 권태를 없애나 갈 수 있다. 

어릴 때 소풍가기 전날 밤잠을 설친 기억이 있는가? 그 설렘. 첫사랑이랑 데이트하기 전날의 설렘. 그 설렘은 지금도 만들 수 있다. 다만, 그렇게 만들기가 예전보다 훨씬 어렵고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내 마음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 계속 노력해야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 고통-권태를 오가는 인생의 시계 추 굴레를 없앨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