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소소한 일상

새끼 새들이 둥지를 떠나는 날

Happy Guy in SV 2021. 5. 21.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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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버전의 새끼 새들이 이틀 전에 둥지를 떠났습니다. 2021년 버전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새들이 매년 같은 장소에서 새끼들을 낳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내년 이맘때에 또 다른 Finch새끼들이 태어날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어미새가 둥지를 만들고 알을 부화하고, 새끼들이 태어나고, 마지막으로 둥지를 떠날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처럼 느꼈습니다. 그리고 너무 신기했지요. 반면에 올해는 똑같은 일들의 반복이라 그런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네요. 

그리고 빈 둥지만 남은 것을 보면 왠지 쓸쓸한 마음이 드네요. 그리고 엄청나게 싸놓고 (치우지도 않고) 간 새똥과 깃털들은 이번 주말에 우리 가족들이 총 동원해서 다 치워야 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마지막 날과 그 전날은 똑같은 일의 반복입니다. 새끼들이 떠날 때가 되면 거의 엄마, 아빠 새만큼 크기 때문에 엄마, 아빠 새가 거의 쉴새없이 먹이를 물어다 줘야 합니다. 네 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는데, 저마다 더 먹이를 달라고 목을 길게 빼고는 보채기 때문에 벌레 하나라도 더 물어와야 합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인간이나 새나 부모의 역할은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새끼들이 둥지를 떠나야할 때가 되면 어미새가 벌레를 직접 주지 않고, 벾에다가 묻혀놓습니다 (덕분에 우리가 청소를 해야 할 일은 더 늘어나지요). 그러고는 새끼들이 벽에 묻은 벌레를 직접 먹도록 훈련을 시킵니다. 이게 떠나기 2-3일 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리고 떠나는 날이 되면 엄마, 아빠 새가 3-4미터 밖에서 계속 새끼들을 부릅니다. 빨리 둥지를 떠나오라고 재촉을 하는 거지요. 그 날은 하루 종일 새소리가 집 밖에서 들려옵니다. 그러면 가장 용기 있는 한 마리가 둥지를 떠나서 날아갑니다. 그리고는 하나씩 따라서 둥지를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는 영영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지요. 

그렇게 네 마리가 모두 떠나면 이제는 둥지는 위에서 말한 엄청난 새똥과 빠진 깃털만 남게 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엄마, 아빠 새는 새끼들이 모두 떠나고 하루 이틀 정도는 계속 둥지를 가끔 찾아옵니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혹시라도 새끼들이 다시 돌아 왔으 을까봐 한번 더 확인하는 절차가 아닐까 합니다. 혹시 새끼가 적응을 못하고 둥지로 돌아오면 굶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하루 이틀 정도는 둥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추측을) 합니다.

어디 가서 살지는 모르겠지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래도 우리 집에서 태어난 새들인데 (보태준 것은 없어도 장소를 제공했으니까 어느 정도 지분은 있겠죠? )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떠나기 직전의 새끼 새들 (하얗게 보이는 것들이 전부 새똥입니다. 뒤에 까맣게 보이는 것들이 어미 새가 묻혀 놓은 벌레들입니다.)